2007년 7월 10일 화요일

영화 "화려한 휴가"를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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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자랐지만, 영화를 가지고 지역감정 이야기가 나오는지 모르겠다. 명의 권력자가 만들어 비극인데 비극의 당사자에 대한 비난 보다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사람들이 편을 가르며 싸워야 하는지…… 비극을 만들어낸 당사자는 아직도 떵떵거리면서 사는데 당사자에 비판이 우선되어야 함에도 영화로 인해서 다시 지역감정 싸움이다. 히틀러의 고향이 오스트리아라고 독일의 나치가 저지른 원죄가 오스트리아의 것이 되는 것이 아닌데 원죄자의 동향 사람들이라는 이유로 욕을 먹어야 하는 하등의 이유를 모르겠다.


 7 7 부산 프리미엄 시사회 , 무대 인사를 왔던 감독과 배우가 정치색을 배제하고 영화 자체로만 달라고 부탁하던데, 감독과 배우들의 의도와는 달리 벌써부터 쓸데 없는 감정 싸움으로 영화가 가지는 의미는 뒷전으로 밀려나 버린다. 이미 역사적 사실로 공인되어 버린 사건 앞에서 진실공방과 색깔논쟁은 서로간의 반목을 계속하는 것일 뿐이다. 그냥 영화가 보여주는 시대의 아픔에 대해서 같이 아파하고 슬퍼해야 하는 것이 영화를 보는 우리의 자세이다.


 개인적으로 영화를 봤을 , 역사의 아픔에 대해서 슬프기는 하지만 영화적 재미는 뭔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슬픔만으로는 흔히 말하는 영화적 흥행성에는 조금 미친다는 느낌은 머리 속에 떠나지 않았다. 관객이 넘었던 "실미도","태극기 휘날리며" "괴물" 비해 모자란다는 느낌이 들었다.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친구와 얘기를 하면서 부족한 것이 뭔지를 알았다. 영화에 "분노"라는 감정이 부족하다는 친구의 지적에 내가 부족하다고 느꼈던 뭔가를 알게 되었다. 그래 영화에 부족한 것은 "분노"였다.


 오히려 정치의미를 많이 부여하면서 당시 권력자에 대한 분노를 관객에게 전달했어야 작품인데 그것이 부족했다. 영화 "실미도"에서는 허준호가 맡은 인물의 감정과 시선을 통해서 대원들을 죽음으로 몰아낸 권력에 대한 분노와 슬픔을 만들어 냈다. 영화 "괴물" 괴물을 만들어낸 8군의 무책임함과 비겁함에 대해서 가족의 사투로 불합리한 SOFA 대한 분노와 무기력하기만 한국의 현실에 대한 슬픔을 대신했다.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형제간에 총을 겨눠야만 했던 비극에 대해서 분노와 슬픔을 만들어 냈다. 분노와 슬픔이 어울려져 만들어내는 카타르시스가 영화의 감정을 최대로 끌어 올리는데 영화는 너무 정치색을 배제해 버렸다.


 아직도 존재하고 있는 지역감정이라는 높은 앞에서 감독과 제작사가 고민해야 했던 부분에 대해서는 충분히 인정하지만 영화라는 것은 다큐멘터리가 아닌 이상, 감독의 색깔은 들어갈 수밖에 없고 들어가야만 한다. 출세를 위해서 윗사람에 보이기 위한 목적으로 무력진압을 지휘하는 장군의 모습은 정치색의 배제를 넘어서 역사의 핵심범죄자를 빗겨감으로써 아무런 분노를 전달하지도 못했다.


  영화가 만들어진 목적은 역사의 사건에 대해서 그냥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역사적 사건에 대해서 다시 재조명하기 위한 것이다. 객관적일 필요도 정치색을 배제할 필요도 없다. 감독과 영화에 참여한 사람들이 가지는 역사적 사실에 대한 관점을 확실하게 표현했어야 했다. 관점의 표현을 통해서 관객과 같이 호흡해야만 비로소 영화의 가치가 빛을 발하는 것이다.


  영화는 세가지 슬픔을 주는 영화다. 군대의 폭력에 죽은 사람들에 대한 슬픔과 죽어가는 이를 외면해야 밖에 없었던 슬픔, 그리고 아픔을 가지고 살아야 했던 이들의 슬픔이다. 번째 슬픔은 도청을 사수하기 위해서 하나 둘씩 죽어가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보여준다. 번째 슬픔은 이요원이 연기한 인물이 차량을 타고 광주시내를 돌아다니면서 죽어가는 이들을 잊지 말라고 울면서 방송하는 모습과 황량한 거리를 통해서 보여준다. 번째 슬픔은 마지막 장면에 결혼식 사진촬영 장면을 통해서 보여준다. 죽은 이들은 웃고 있지만 살아있는 인물을 대표하는 이요원은 슬픈 듯한 무표정으로 있다. 살아남은 이들이 간직해왔던 아픔에 대한 슬픔을 이요원의 표정으로 보여준다.


 감독이나 배우의 말처럼 정치색을 배제한 슬픈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영화를 보면서 쓸데 없는 지역감정을 논하는 것은 참으로 웃긴 이야기다. 번째 슬픔을 간직한 이들을 다시 울리는 짓이다. 그저 인간으로써 가지는 감정 자체에만 충실하면 영화일 뿐이다. 그리고 우리가 애써 외면하고 무시하며 제대로 알지 못했던 역사적 순간의 슬픔을 가슴으로 마음으로 느끼면 되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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