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2월 31일 월요일

앤도 슈사쿠의 "나를 사랑하는 법"을 읽고.

 
나를 사랑하는 법 - 10점
엔도 슈사쿠 지음, 한은미 옮김/시아출판사


 
연말이 되면 후회되는 일이 많다. 지난 연말에 세웠던 올해의 계획들을 하나하나 되돌아보면서 정리를 하다 보면 이루지 못한 것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게으름의 탓일까? 목적의식의 부제의 탓일까? 후회를 하고, 변명거리를 찾고, 다른 이를 탓해보지만, 결국에는 모두 못난 탓일 뿐이다. 해를 반성해야 연말이지만 반성보다 후회가 많으니 그것 또한 탓이다. 내년에는 잘하자고 다짐을 하고 다짐을 해보지만,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한 미련과 후회가 너무 크다. 그래서인지 내년의 결심과 다짐을 조금씩 희석시킨다. 그러다 보면 내년 이맘때 쯤이면 이러지 않을까? 어렵고 어려운 것이 사람의 마음이요 자신인가 보다. 나를 맘대로 하지 못하니 말이다.


 후회와 미련이 계속 머리 속에서 마음 속에서 이리저리 휘저으며 나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만큼 나에 대한 미움이 커진다. 그리고 미움은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게 만든다. 후회와 미련 그리고 미움의 뫼비우스 고리 위를 그저 맴도는 악순환의 반복으로….... 아니 어쩌면 자기애에 대한 확신의 부족이 후회와 미련을 만드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전에 읽었던 책을 펼쳐 들었다. "나를 사랑하는 "이라는 책을……. 이번에 번째 읽는다. 자기 계발서라고 하기에는 그렇고, 수필에 가까운 책이랄까? 구분이 모호한 책이기는 하지만 작가의 인생의 지혜가 담긴 충고는 다시 봐도 따뜻하고 깊이가 있다. 그래서 책이 문득 생각 났는지도 모른다. 고민과 후회에 대해서 따뜻하고 애정 어린 조언이 묻어나는 책이기에. 사람의 기억력이라는 것이 어떤 때는 신비롭기도 하고 어떤 때는 실망스럽기도 하다. 이미 한번 읽었던 책이기에 편한 마음으로 복습한다는 생각으로 펼쳐 들었지만, 기억력의 한계 때문일까. 익숙해야 책이, 다시 읽어도 새롭다. 당시 책을 읽었을 때와 지금의 마음이 다르기 때문일까? 느낌 또한 다르다.


  해가 지나고 해가 지나면, 나이를 먹고, 나이를 먹으면서 세상의 벽과 이상의 차이는 점점 커지는 느낌이 든다. 그러면서 조금씩 알게 되는 나의 나약함과 열등감은 나를 당황스럽게 만든다. 아직 젊기에 그런 나약함과 열등감에 맞서 당당해 지려 하지만, 결과가 모두 생각대로 되지는 않는다. 그것이 인생인가 보다. 20대에 인생의 의미를 허무할거라는 앤도 슈사쿠의 처럼. 인생이란 뜻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지금 인생의 의미를 안다면 내가 이렇게 고민하고 생각하고 변해야 이유조차 없어질 뿐만 아니라 살아가야 의미도 잊어버릴 테니까.


 어쩌면 인생에 대해서 내가 너무 많은 집착과 욕심을 부리기 때문에 모든 문제가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와 나를 비교하게 되면서 외적이고 물질적인 것에 집착하게 되고, 비교 대상이나 또는 누군가에게 강하게 보여야 한다는 무의식적인 집착이 되듯. 결국에는 지금의 나를 나가 받아들이지 못해서가 아닌지. 후회하고 반성하는 것도 모두 나의 능력과 의지가 만들어낸 결과라는 것을.


 지금의 모든 상황과 결과를, 아니 나를 바로 받아들이고 인식하는 것이 모든 문제의 시작인데, 나는 그것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래서 후회를 하고, 미련을 가지고, 나를 향한 미움을 만들었나 보다. "애꾸눈은 나의 일부이다. 그래서 나는 그것을 고칠 생각이 없다."라고 말한 사르트르 처럼. 지금의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 들이는 것이 나를 사랑하기 위한 시작이리라. 그리고 앤도 슈사쿠의 조언처럼 좋은 단점과 능력을 좋은 쪽으로 발전하기 위해서 노력이 과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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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2월 22일 토요일

2007년의 책 중에 추천하고 푼 책 1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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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다림" 하진

  1.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중국작가의 작품이다. 작품은 영어로 쓴다고 하는데 배경은 자신이 나고 자란 중국이다. 중국의 시대 상황이 여기 저기 묻어나는 작품이다. 사랑에 대해서 격렬적이지 않고 잔잔하게 묘사하는 작품이다. 진실한 사랑을 이루기 위한 기다림을 담담하게 묘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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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력의 조건"

  2.  링컨과 그들의 라이벌들에 관한 책이다. 전기나 평전과는 다르게 다수의 인물의 이야기를 하나로 어우려 낸다. 그래서 당시의 시대 상황과 권력 다툼에 대해서 묘사되어 있다. 링컨의 리더십에 대해서 작가가 평가하고 결론을 내는 것이 아니라 당시의 과정과 상황을 담담하게 서술해서 독자가 스스로 느끼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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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키노믹스"

  3.  web2.0시대의 새로운 경제학에 관한 이야기다. Wiki라고 불리는 web2.0 정신이 산업분야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있으며 어떠한 가치를 창출했는지 보여주는 책이다. 다양한 사례를 가지고 위키노믹스의 특징을 설명해준다. 새로운 경제 동향이 어떻게 될지를 미리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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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타벅스 사람들"

  4.  비즈니스 리더십에 관한 책이지만, 잔잔한 감동을 주는 책이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의 인터뷰와 사례를 통해서 스타벅스 리더들의 리더십을 분석하고 있지만, 스타벅스 사람들의 이야기는 따뜻하다. 실용서를 읽는다는 느낌이 안들 정도로 따뜻한 이야기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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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의 탄생"

  5.  새로운 시대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창조성에 관한 책이다. 생각을 만들어내는 다양한 도구들을 소개하고 있다. 도구들을 보면서 과연 우리의 교육은 올바른가에 대해서 생각할 기회를 제공해 준다. 언론에서도 올해의 좋은 책으로 뽑는 중에 하나다. 두껍기는 하지만 읽어보면 결코 후회하지 않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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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의 물결"

  6. 프랑스를 대표하는 석학 자크 아틸리의 최신작이다. 제목 처럼 미래의 흐름에 대해서 아주 흐름으로 분석하고 있다. 작년에 나온 엘빈 토플러의 "부의 미래" 경제적 관점에서 많은 분석을 하고 있는 책이라면 책은 정치의 흐름을 예측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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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녀의 한다스"

  7.  고인이 되어버린 요네하라 마리의 작품이다. 기발한 발상을 통한 문화비교와 필력 때문이 결코 지루할 시간이 없다. 문화와 가치관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동시통역사로 활동한 경험을 토대로 거침없이 풀어 해친다. 지루하다 싶은 순간마다 나타나는 작가의 유머는 다른 책의 재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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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쁜 사라마리아인"

  8.  세계에서도 인정 받는 한국인 경제학자 장하준 교수가 세계화의 이면을 날카롭게 파헤친 책이다. "세계는 평평하다.", "올리브와 렉서스" 같은 책들이 세계화의 장점을 강하가 부각하는 책이라면 책은 반대편을 강하게 부각하는 책이다. 무엇이든 과하면 나쁘다. 세계화에 대한 균형잡인 시각을 키우는데 도움이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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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시 공화국의 종말"

  9.  세계의 어떤 나라보다 교육열이 높고, 세계의 어떤 나라보다 교육에 올인 하지만 국민들은 언제나 불만이다. 불만의 근본 원인은 교육의 목표가 입시이기 때문이다. 책은 우리사회의 그런 단면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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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이점이 온다"

  10.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우리의 미래는 어떻게 변할 것인가? 유전자 조작을 통해서 불멸의 생명을 얻을 것인가? 아니면 인체와 기계가 결합하고 영혼으로 사람과 기계를 구별하는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 속의 인간이 것인가? 그것이 궁금하다면 읽어 볼만한 책이다. 편의 SF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에 두꺼운 분량의 책이 지루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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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도 버린 사람들"

  11.  인간으로써 기본적인 존엄성마저 박탈당한 이들이 자신들의 권리 찾기 위해 스스로 깨어난다. 사회의 불평등에 대해서 저항하며,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 배움에 열정을 다한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가족의 이야기다.

속담으로 사회의 단면을 볼수 있는 책 "속담 인류학"

 
속담인류학 - 8점
요네하라 마리 지음, 이현진 옮김/이코노미스트


 
지금 내가 있는 곳이 내가 나서 자란 곳이 아니라 전혀 낯선 곳을 경험한 , 사람들은 흔히들 말한다. "사람 사는 곳은 똑같다."라고. 피부가 다르고 언어가 달라도 몸짓 손짓 발짓을 하면 어떻게든 의사소통이 되고 서로가 친구가 있는 처럼. 비록 처음에는 낯설고 처음에는 어색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환경에 쉽게 적응이 되는 것은 사람이 사는 사회의 기본은 같기 때문이 아닐까? 언어가 다르고 문화가 다르고 생활 습관이 달라서 속담의 표현은 그런 특징들을 반영하겠지만, 교훈이나 의미가 비슷한 속담이 세계 곳곳에서 발견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속담 인류학"이라는 책은 다른 문화와 나라의 비슷한 의미의 속담을 탐구하는 책이다. 익숙한 속담들도 있고 생소한 속담들도 있지만, 나라마다 비슷한 의미의 속담들을 보면 "사람 사는 곳은 똑같다."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하지만 그런 이유만으로 저런 생각이 드는 것은 아니다. 만약 나라의 속담의 나열과 의미해석에만 그쳤다면 책은 그저 속담사전에 불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책은 저자의 경험과 풍부한 지식에서 우러나오는 다양한 사회현상과 시사에 대해서 속담을 가지고 비꼬기 있는데, 그런 사회현상과 시사에 관련 것들이 우리와 멀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래서 책은 속담에 관한 책이 아니라 사회에 인간에 관한 책이다. 단지 속담에 담겨있는 의미를 통해서 우리가 사는 사회의 단면을 비춰준다.


 "요네하라 마리"라는 저자가 일본 사람이라서 일본의 정부와 정책 그리고 사회에 관한 비판이 많다. 하지만 같은 동북아에 위치해 있는 국가요, 미국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는 국가요, 우리의 이웃국가인 만큼, 우리 사회의 모습과 그다지 차이가 없다. 그래서 책의 날카로운 비판과 풍자가 낯설지 않다. 작가의 글을 보면서 쉽게 웃을 수도 있고, 공감하는 내용에서는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그냥 무심코 지나갔던 다양한 현상들에 대한 작가의 뛰어난 분석, 그리고 그것을 글로 재밌게 풀어내는 필력만으로 결코 아깝지 않은 책이다. 이상 작가의 새로운 작품을 없다는 점이 아쉬울 따름이다. 2006년에 암으로 고인이 작가의 책이 이제야 한국에 번역되어 소개 되고 있어 아직 많은 책들이 출판은 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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