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7월 27일 월요일

따뜻한 인간을 묘사한 영화. 영화 "해운대"를 보고

 

 개인적으로 여름 한국 영화 중에서 가장 기대하던 작품 중에 하나가 "해운대". 고향이 지금 살고 있는 곳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 명소인 해운대가 배경이라는 , 그리고 인간에 대한 따뜻한 묘사가 매력적인 윤제균 감독의 작품이라는 것이 영화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소재로 삼은 쓰나미는 그렇게 기대를 하기에는 한국의 제작비 여건이나 여러 인프라 등을 고려했을 특수효과나 CG 영화의 중요 요소가 가능성은 많이 없다고 생각했기에, 기본적으로 영화 속에 사람들의 이야기가 영화의 매력 포인트가 것이라고 생각했다. 윤제균 감독도 인터뷰나 제작 발표에서도 강조했듯이, 영웅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영화 속에 담았다고 했던 만큼 해운대라는 영화의 주요 관람 포인트는 해운대를 비롯한 부산의 아름다운 풍경이나 CG 아니라 영화 인물들이다.

 

  영화는 커플들이 이야기를 풀어간다. 강연희(하지원) 최만식(설경구) 커플, 이유진(엄정화) 김휘(박중훈) 커플, 최형식(이민기) 김희미(강예원) 커플들이 중심을 이루면서 주변인물들이 영화의 내용을 이끌어 간다. 그런데 최형식, 김희미 커플들이 만들어주는 아기자기한 이야기를 제외하면, 가장 중심이 되는 강연희, 최만식 커플과 이유진, 김휘 커플의 이야기는 너무 전형적이고 지루하게 느껴진다. 윤제균 감독의 전작 "1번가의 기적"에서도 개인적으로 하지원, 임창정 커플의 이야기보다 이훈과 강예원 커플의 이야기를 좋아했었는데 이번 영화에서도 중요 커플들 보다는 그들의 이야기가 매력적이다.

 

 영화 속에서는 강연희, 최만식 커플이 가장 복합적인 사연을 가지고 있고, 만큼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는 커플이다. 하지만 코믹적 이미지를 너무 살리려고 했는지 설정이 조금은 과도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감독의 전작에서도 그런 과도한 코믹설정이 남발하고 있기에 웃으면서도 조금은 불편했는데, 이번에도 조금은 과도한 설정이라는 느낌이 많이 든다. 야구장의 추태 장면은 그렇게 민망스럽기까지 한지. 개인적으로 롯데 자이언츠의 팬으로써 그런 추태를 보여주는 사람들을 실제로 많이 보아왔기에, 그런 추태적인 장면이 영화 속에 담겼다는 때문일지도 모른다. 영화 최만식의 추태가 현실 속에 있음에 느끼는 민망함이랄까?

 

 이유진과 김휘 커플은 위기의 상황에서 직면한 사람들이 마지막에 보여주는 화해와 용서를 보여주는 커플이다. 너무나 남발되는 설정의 커플이랄까? 대부분의 재난 영화에서 이런 커플들을 많이 보여지는데, 그런 설정을 벗어나지 않아서 조금은 아쉬운 같다. 그런 아쉬움을 빼더라도 인간의 모습을 희망적으로 그리는 감독의 특성을 살려서, 죽음으로 완성된 화해와 용서를 삶을 통해서 다시 완성하는 화해와 용서로 보여줬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연희와 만식을 통해서 새로운 시작과 희망이라는 모습을 보여주기는 하지만, 실패를 극복하고 새롭게 시작하는 커플의 이야기인 유진과 커플의 새로운 시작도 나름 다른 매력이 있지 않았을까?

 

 앞에서도 말했지만, 영화 커플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커플은 형식과 희미 커플이다. 영화 "엽기적인 그녀" 캐릭터들을 본뜬 듯해서 신선함이라는 측면에서는 떨어진다. 신선함을 떨어지기는 하지만, 다른 커플에 비해서 가장 아기자기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선사한다. 마지막에 가장 슬픈 장면을 만들어내는 것도 커플이다. 하지만, 작위적인 장면은 그렇게 슬픔을 야기하지 못하는 같다. 차라리 "킹콩을 들다"에서 평론가들이 신파적이라고 지적했던 부분이 슬프게 느껴진다. 슬픈 장면을 야기하는 작은 사건들이 과도한 설정이라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조금만 비틀어서 생각하면 어쩔 없는 슬픈 사건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킹콩을 들다"에서 이범수의 죽음은 갑작스러운 인간의 힘으로 어쩔 없는 것이라면, 형식과 희미 커플이 만들어내는 슬픔은 영화의 장면을 위해 만들어진 작위적인 냄새를 지울 수가 없다.

 

 사실 개인적으로 영화 속에서 가장 매력적인 인물은 주인공들이 아니라 김인권이 연기한 오동춘이다. 윤제균 감독의 영화를 보면 특별하게 악한으로 그려지는 인물이 없고, 악함에도 내면에 따뜻함이랄까 선한 면을 담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영화 속에 그런 인물이 바로 오동춘이다. 만식의 아들을 이용해서 앵벌이나 하고, 직업도 없는 백수일 정도로 찌질한 인물이지만, 오동춘도 영화의 마지막에는 내면의 선함을 보여준다. 만식의 아들과 어머니를 위험 상황에서 챙기기도 하고 나중에는 비록 다른 사람에 밀려서 바다로 들어가기는 하지만 사람의 목숨을 구해낼 정도로 내면은 착하고 선한 인물인 것이다. 김인권도 오동춘이라는 인물을 아주 그려냈을 정도로 영화 속에서 감초 같은 연기를 선보인다.

 

 영화는 이런 인물들의 묘사로 인해서 초반은 조금은 지겹다. 후반부에 쓰나미가 밀려오면서 영화의 재미를 본격적으로 만들어 낸다. 후반부의 긴장감과 본격적인 인물들의 묘사는 충분히 영화의 재미를 해준다. 하지만, 나는 영화를 보는 내내 조금은 민망했다. 내가 영화 속에 나온 듯한 쑥스러움이랄까? 과도한 부산 사투리의 사용도 쑥스럽게 만들고, 앞에서 이야기한 야구장의 모습도 그렇다. 사실 부산 사람들 중에서 그렇게 과도하게 사투리를 구사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부산 살면서 익숙하다고 생각하는 사투리임에도 불구하고 몇몇 사투리는 무슨 뜻인지 한참을 생각해야 했을 정도면 설정을 너무 과하게 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해운대" 인물들에 대한 감독의 따뜻한 묘사와 시선 그리고 감독의 고향 부산에 대한 애정까지 느낄 있는 매력적인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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