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7월 13일 월요일

에로스적 감각을 자극하지 못하는 영화. 영화"오감도"를 보고

 

 보통 불륜을 저지른 사람들이 많이 쓰는 변명 중에 하나가 "우리는 그런 사이가 아니라 플라토닉러브를 했다." 것이다. 실제로 몇몇 소수의 사람들은 결혼이라는 제도 안에서 어쩔 수없이 에로스보다는 플라토닉러브를 하기도 하겠지만, 에로스가 동반되지 않은 사랑은 인간의 욕망을 배반하는 쉽지 않다. 욕망 앞에 쉽게 무너지기도 하는 것이 우리가 이성이라고 부르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에로스와 욕망의 좋고 나쁨을 누가 쉽게 말할 있겠는가? 이성이든 욕망이든 결국에는 스스로의 선택의 결과이고, 스스로가 세상에 존재하는 하나의 완전한 자아라면 결과에 책임지는 또한 자기이다.

 

 사랑은 정신적인 것이기도 하지만, 사랑은 육체적인 것이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이 사랑의 완성과 결합이라는 측면에서 중요한 것이 육체적인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랑의 완성이나 표현에 플라토닉이면 어떻게 에로스이면 어떤가? 그것이 자신의 진정한 사랑이라면 부끄러워할 일도 미안해 일도 없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에로스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인지 에로스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예술분야에서만 작품으로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을 현실에서는 여전히 터부시하는 것들이다.

 

 영화 "오감도" 에로스에 대해 논의를 하는 작품이다. 영화라는 예술매체를 통해서 우리 사회의 에로스의 모습을 보여준다.  다섯 개의 에피소드를 통해서 에로스를 느끼고 완성시켜주는 우리의 다섯 가지 감각을 이야기한다. 영화 제목만 보고 영화를 기대하자면, 일상생활에서 매일 사용하는 감각들이 에로스와 만났을 때는 어떨까? 하지만, 영화는 그런 기대를 배반한다. 영화 속의 다섯 가지 감각이라는 것이 무슨 의미로 다가 오는지 쉽게 수도 없지만, 이야기의 개연성이라는 것에서 공감하기도 쉽지 않다. 빵을 구워놓고 뒤늦게 팥을 속에 집어 넣으려다 실패한 작품이랄까?

 

  번째 에피소드는 "시각"이라는 감각과 사랑이라는 주제에 맞춰서 나름 괜찮은 이야기를 펼쳐 보인다. 첫눈에 반한 사랑과 열정적으로 불타는 에로스까지. 번째 에피소드는 "후각"이라는 감각과 사랑이라는 관점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여기서부터 감각과 사랑 또는 에로스와의 연관성은 조금씩 약해진다. 향수와 체취를 통해서 사랑을 느끼고 기억하려는 여주인공은 에로스와 연결되지 못한다. 죽음이라는 어두운 이미지와 죽음으로 인해 멀어지는 사랑에 대한 안타까움까지 포함하려고 해서 일까? 안타까움마저도 전달되지 않는다. 사랑과 에로스도 그리고 안타까움도 아무것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에피소드가 되어 버린다.

 

  번째 에피소드는 한마디로 뭐랄까? 그냥 코메디? 웃겨서 코메디가 아니라 어이가 없어서 코메디랄까? 나름 진지한 작품이라고 생각했던 오감도의 분위기를 완전히 깨버리는 작품이랄까? 에피소드는 "청각"이라는 감각을 표현한 한데. 에피소드의 초반은 영화 전체의 분위기를 그대로 이어간다. 나름의 어두운 톤과 건조하고 메마른 분위기를. 중반도 분위기를 유지한다. 하지만, 결말은 안드로메다로 가버린다. 목소리를 사랑한 감독이라는 설정이 감각과 에로스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다가 날아가버린다. 관객은 어이없어 웃는 것인지, 아니면 결말에 나오는 영상의 몇몇 모습이 유머스러워서 그런지 몰라도 나는 어이 없는 썩소만 나온다.

 

  번째 에피소드는 미각과 에로스에 다한 작품이다. 근데 미각인지 모르겠다. 여주인공이 죽은 남자의 뼈가루를 맛보는 때문에?? 그것은 너무나 부차적일 뿐만 아니라, 이야기의 전개와 상관없어 보이는데 말이다. 다섯 번째 에피소드는 촉각과 에로스를 다루는 작품이다. 서로의 파트너를 바꾸는 행위를 통해서 자신들의 사랑을 알아가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다. 촉각이라고 하기에는 남녀의 신체접촉 정도? 그렇다고 너무 깊게 상상할 필요는 없고, 가벼운 키스 정도도 촉각이니까. 그런데 6명의 주인공 사이의 관계에 대한 설명이 너무 없어서 이야기를 이해하기에는 모자란 느낌이 많이든다. 뿐만 아니라, 촉각과 에로스의 연관성에 대해서 풀어내는데도 미흡하다.

 

 사실 영화의 최고 장점은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렵고 조금은 몽한적인 영화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 친절한 영화의 나레이션이 나오기 때문이다. 사랑과 에로스 그리고 오감에 대한 설명은 영화를 보지 않고도 그저 엔팅 크레딧만 보고도 충분하다고 느껴질 정도였으니까. 그렇다고 나레이션이 영화 전체를 전반적으로 설명하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와 느낌에 대해서는 나레이션이 정확하고 쉽게 말해주니까. 그런데 엔딩 크레딧을 보지도 않고 일어서는 사람이 너무 많더라.

 

댓글 1개:

  1. trackback from: ‘오감도’, 기대한 에로스는 없다!
    영화 <오감도>는 옴니버스 영화다. 허진호, 변혁, 오기환, 민규동, 유영식 감독 등이 20여분 정도에 해당하는 영화를 각 한편씩 연출한 이 작품은 우선 몇 가지 꼭 언급하고 지나가야될 것이 있다. 영화 홍보에서 이 작품이 강도가 센 에로 영화 같은 이미지를 풍기고 있는데 사실 이 작품에서 보여주는 에로 강도는 생각만큼 강하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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