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7월 27일 월요일

제대로 된 김치맛 보기. 책 "김치 견문록"을 읽기.....

 

 어머니가 김장 하신 , 상위에 올라오는 김치는 그날 담은 김치다. 그런데 칼로 설지 않고 덩어리를 그대로 그릇에 담겨 식탁에 올려져 있다. 칼로 썰어 놓은 조각난 김치면 적당한 크기로 쉽게 먹을 있을 텐데, 덩어리 올려진 김치는 손으로 찢어 먹지 않으면 먹는 조차 쉽지 않다. 어쩌다 직접 찢은 김치는 크기가 너무 커서 먹기 조차 쉽지 않지만, 어머니는 언제나 김치를 담근 그런 식으로 김치를 식탁에 올리신다. 먹기 불편하다고 어머니에게 투정하면 하시는 말씀은, 김치는 손으로 찢어 먹어야 맛이 있다고 하신다. 그런데 말이 허투루 하시는 말씀이 아니다. 실제로 칼로 설은 김치와 손으로 찢은 김치의 맛은 다르다. 손으로 찢은 김치의 맛이 있다. 그런지는 미스터리였는데, 우연히 잡은 책에서 이유가 나온다.

 

 "담가진 김치를 먹을 때도 칼을 대면 특유한 맛이 달아난다 . 써는 행위를 가급적 삼갔다. 써는 대신 찢어놓거나 손으로 무질러놓았다. 써는 것을 거부하는 우리 풍습은 동서 문화를 비교해보는 좋은 패러다임이기도 하다. 서양 문화를 인공적일수록 가치를 발휘하고, 한국 문화는 자연적일수록 가치를 발휘한다는 차이가 썰기 문화를 해석하는 하나의 실마리가 있다."

 

 사실 책은 관심 밖의 책이었다. 음식에 관심이 많으신 어머니를 위해서 구입한 책인데, 눈이 침침하신 어머니는 읽으시고 내가 읽게 되었다. 그렇다고 내가 음식에 관심 있어서 읽은 것은 아니고, 최근에 머리 아픈 책들만 보는데 지쳐서 쉬운 책을 보자는 생각에 집어 책이다. 처음에는 아무 생각 없이 읽고 있었는데, 읽을 수록 김치에 대한 놀라운 정보를 접하게 되면서 읽을 수록 점점 손을 놓을 수가 없었다. 김치에 숨겨진 놀라운 사실들은 김치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과학과 오랜 경험의 결정체라는 것에 놀랐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음식에 대해서 맛깔나게 그러면서 쉽게 소개하는 중에 하나가 영화와 드라마로 만들어진 허영만 작가의 "식객"이라는 책이라고 생각하는데, 책은 김치의 역사에 대한 조금은 딱딱하고 지루한 면이 있기는 하지만, 다른 저자가 김치에 대한 이야기는 글의 맛이나 흡인력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내가 먹지 못하는 음식들(생선으로 만들어진 음식) 있는데, 그것마저 군침 도게 만들 정도다. 집을 소개하는 책들이나 글은 맛을 글로 표현하려 하지만, 책은 맛에 대한 표현은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김치에 숨겨진 과학적 사실과 지혜를 알아간다는 즐거움으로 군침 돌게 만든다. 거기에 더해서 풍부한 사진 자료들도 책의 내용과 함께 상승 작용을 일으킨다.

 

 

김치 견문록 - 8점
김만조 외 지음/디자인하우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