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7월 15일 수요일

영화 "차우', 괴수 영화인가 코메디 영화인가?

  

 영화 '괴물'이라던지, 일본의 대표적인 괴수 영화 '고질라' 같은 작품들은 괴수들의 출현을 인간에 대한 경고라고 설정한다. 자연을 마구 파괴한 인간을 향한 자연의 복수 또는 경고라는 . 차우도 괴수영화라는 장르적 특성 때문에 이런 설정은 벗어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다시 이런 것을 가지고 떠들기에는 이젠 지겹다. 괴수 영화의 기본적인 설정은 어디든 크게 벗어나지 않으니까. 예외적인 작품들이 있기는 하지만……

 

 그런데 그런 괴수영화의 기본적인 설정을 빼면, 영화가 제대로 괴수 영화인가에 대해서 의문이 든다. 어설픈 CG 만들어진 멧돼지도 그렇지만, 영화에 주인공이 되어야 괴수의 역할이 그렇게 부각되지 않는 느낌이 드는 영화다. 영화의 후반부에 아무리 거대한 멧돼지가 열심히 주인공들을 추적해도, 쫓기는 상황이 만들어내는 약간의 긴장감 이상을 만들어 내지 못한다. 괴수의 힘이나 무서움은 그렇게 스릴이나 긴장감을 크게 전달해 주지 못한다. 연을 멀리 날리기 위해서는 실타래를 당겼다가 풀었다가 하는 식으로 긴장감을 만들어야 되듯, 곳곳에 웃기는 장면을 넣음으로써 긴장감이나 스릴을 극대화하려고 했지만, 오히려 그것이 스릴과 긴장감을 떨어뜨리는 듯하다.

 

 괴수도 매력적이지 못하고, 긴장감이나 스릴도 부족하고, 오히려 코메디가 강한 부조화의 작품이지만, 영화의 진정한 매력은 그런 장르의 법칙을 벗어나면 보인다. 장르가 아니라 영화 인물을 보는 것이다. 보통 헐리우드에서는 이런 영화에 영웅을 만들어서 영화의 재미를 더한다. 반면 우리나라의 감독들은 영웅보다는 보통사람의 모습을 영화 속에서 많이 표현한다. 영화 "괴물"에서 봉준호 감독이 그랬고, 개봉 예정인 영화 "해운대" 감독 윤재균 감독도 보통사람의 이야기를 영화 속에 담았다고 한다. 영화 "차우" 보통 사람의 모습을 담았다.

 

 영화 속에 있는 인물들은 어떤 모습을 보일까? 영화 속의 주인공들을 제외하고 재미있는 인간 군상들이 많이 표현된다. 우선 영화 주변 인물들을 보면, 부동산 개발업자인지 정확히 직업은 모르겠지만, 시골 마을에 주말 농장사업을 하는 인물이 나온다. 황금만능주의의 대표적인 모습을 전형적으로 그려낸다. 영화라서 오히려 과장되게 느낄 있는 연기를 펼치는 같으면서도 지금의 우리 사회에 넘쳐나는 황금만능주의 모습을 고려해본다면 그렇게 공감이 가는 인물이다. 돈이라면 사람의 목숨이 가치 없게 여기는 치졸한 모습. 용산 참사의 뒷면에 숨어있는 부동산 개발업자들의 전형적인 모습을 오버랩 시켜 보여준다.

 

 기거에 사장에 기생하는 이장이라는 인물과 경찰서장이라는 인물을 더해서 영화를 보다 보면, 정권과 검찰 그리고 돈이 연결되어지는 삼각 컨넥션이 완벽하게 완성이 된다. 다시 용산 사태로 생각해본다면 주민들을 대표해야 인물이 주민들을 완전히 거부하고 부동산 업자와 컨넥션을 이룬 용산구청장의 모습이 이장이라는 인물로 완벽하게 투영된다. 거기에 집행의 형평성이나 공정성을 무시하는 경찰서장의 모습을 용산사태의 전면에서 주민들과 대치했던 경찰과 지휘관의 모습이다. 영화 속에서 경찰 서장은 사장에 대해서 "공권력에 도전하는 "이라고 뒤에서 비난만 사장의 지시에 그대로 복종하는 돈을 추종하고 출세지향적인 인간군상의 모습이다.

 

 영화에 많이 나오지는 않지만, 마을 사람들 모두도 결코 돈이라는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다. 누군가가 죽은 것보다, 농산물을 수확해야 하고 돈을 벌어야 한다며 경찰서장에게 통금해제를 요구하던 주민들. 어떻게 누군가의 생명보다 농삼물의 수확이 중요하고 돈이 중요하냐고 생각하게 하지만, 용산 사태를 보는 많은 사람들의 시선, 생존을 위해서 목숨을 걸고 파업을 하는 사람들을 보는 우리들의 시선과 태도는 그들과 같은 쌍둥이다.

 

  아니라 우리의 비겁함을 제대로 보여주는 인물이 하나 등장한다. 박순경으로 등장하는 인물이다. 박순경을 통해서 사람을 만날 민증까면서 누가 형이니 동생이나 하는 우리의 모습을 조롱하기도 하고, 자신의 일이 아니라면 다른 일에 대해서 무관심하거나 비겁하게 도망치는 우리의 모습을 조롱한다. 박순경이라는 공동체를 이루어 생활하는 사회적 동물로서 인간이 아니라 공동체에서 점점 파편화 되어가는 이기적인 동물로서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자신의 일이 아니면 모른 척하고, 자기가 하기 싫으면 남에게 미뤄버리는 그런 모습으로.

 

 그렇다고 영화 주인공들도 그렇게 이상적으로 보여지지 않는다.  엄태웅이 연기한 순경이라는 인물은 자신의 직업에 대한 비애감과 치매 어머니를 모시는 어려움을 그대로 표현해 준다. 사실 거기 나오는 경찰 중에서 그나마 제대로 인물이기는 하지만, 공자왈 맹자왈 하면서 효를 논하고 충을 논하는 그런 인물이 아니라, 현실에서 누구나 만날 있는 그런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경찰이라는 직업이 가지는 사명감보다는 자신의 호구지책이 중요한 인물이고, 어머니에 대한 무조건적인 효보다는 가끔은 어머니를 어딘가에 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그런 인간적인 모습을.

 

 이런 모습이 영화의 전반부와 중반부의 모습이고 후반부에는 앞에서와는 다른 영웅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는 하지만, 사실 그런 모습은 인간의 내면에서 나오는 정의감이나 사명감이 아니다. 결국에 자기 어쩔 없이 해야만 되는 상황이라서 행한 그런 모습이다. 서로 자신들이 해야만  하는 일을 미루다가 자신이 해야만 되는 상황에 몰려서야 나서는 모습이다. 어떻게 보면 사명감이나 정의감이 있지 않았냐는 생각이 들게 만들기도 하지만,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대가 승진을 바라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래서 엄태웅이 연기한 경찰의 모습은 젠체하지 않아서 좋다.

 

  영화에서는 명의 포수가 등장한다. 최포수와 백포수라는 인물이다. 사실 사람은 사제간이지만, 서로를 불신한다. 인간사 서로 배신하고 배신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인물들이다. 사이의 모습은 사람에 대한 신뢰보다 자신의 이익을 앞세우는 인간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사실 전투력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멧돼지와 싸울 가장 힘을 발휘할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죄수의 딜레마에 빠진 둘은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서로를 신뢰하지 않고, 각자의 방식만을 고수하기 때문이다.

 

 사실 최포수와 백포수는 멧돼지 사냥에 나서는 목적이 완전히 다르다. 손녀를 잃고 복수심에 불타는 최포수에 비해서 백포수는 명성과 돈이 목적이다. 백포수와 최포수의 대화에서 돈과 명성은 덧없는 것이라고 말하기는 하지만. 그것이 진심인지 아니면 말과 내면의 욕망을 다른 것인지 명확하게 구분하기는 쉽지 않지만, 결국 개인 행동을 나서는 백포수의 모습을 보면 명확히 그것을 파악할 있다.

 

 사실 정확하게 이야기한다면 영화 전반부에 나오는 백포수의 목적이 돈과 명성이고, 후반부에서 보여지는 백포수의 목적은 돈과 명성에 대해서 무너진 자존심에 대한 회복을 포함한다. 그런 백포수가 마지막에 희생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영화의 본편이 끝나고 나오는 마지막 짧은 에피소드에서 백포수의 진정한 모습이 나온다. 희생적인 모습이라는 것이 사실은 삶에 대한 희망을 포기했을 때의 모습일 , 삶에 대한 조그만 희망이라도 있을 때의 인간의 다른 모습은 다른 것이라는 것을. 장면은 그냥 영화의 마지막 재미를 위해서 의미를 포함하지 않은 장면인 듯하지만.

 

 복수심에 불타는 최포수는 그나마 영웅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않을까 생각할 있지만, 최포수도 그저그런 인간군상을 벗어나지 못한다. 사냥에 대한 전문가로서 가장 카리스마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는 하지만, 그도 멧돼지의 공격에 상처를 입고서는 그냥 후퇴해 버린다. 사냥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엄태웅과 생태학자에게 멧돼지의 유인을 부탁하면서. 복수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안위를 생각하는 모습. 그도 복수심이라는 것으로 영웅이 인물이 아니라는 ,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복수심보다 자신의 안위와 생명이 우선한다는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특징을 보여준다.

 

 정유미가 연기하고 있는 생태학자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생태학자는 우리사회에 지금 만연한 비정규직의 비참함을 보여준다. 그리고 대학이 가지고 있는 계급체계의 문제점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의 계급인 강사를 뛰어 넘어 부교수나 정교수가 되기 위해서 멧돼지 집착하는 인물이다. 연구 성과를 통해서 다른 계급으로 이동을 꿈꾼다. 어쩌면 돈이나 명예보다는 직업적 안정과 편안함을 찾는 아주 현실적인 인물이다. 자신이 얻어야 목표도 명확하고 해야 것도 명확하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그녀는 자신이 직접 나서지 않는다. 언제나 한발 물러선다. 자신이 물러서도 누군가가 해줄 사람이 없을 때만 앞으로 나서는 그런 인물이다.

 

 어떻게 보면 조금은 마초적인 시각으로 묘사된 인물이다. 여성이라는 설정과 그리고 힘든 일은 남성들에게 몰아버리는 행동. 마초적 남성들이 혐오할 만한 설정과 행동들이다. 사실 여자라서 무조건 그러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그냥 어린 시절 학교 청소시간만 되돌아 봐도 여성이 아니라 남자들에게도 저런 군상들은 넘쳐나게 발견된다. 힘든 청소 안하고 도망치는 인간도 있고, 가장 쉬운 청소도구만 들고 설치면서 잔소리만 하고 다른 친구들에게 힘든 일을 미뤄버리는 인간들도 있지 않던가?

 

 그리고 마지막으로 명의 수사관이 영화의 주요한 인물로 등장한다. 어떻게 보면 자신의 일에 열심히 하고 사명감도 넘치는 인물로 보인다. 능력도 있고, 주변 사람들 뿐만 아니라 관객들에게도 믿음을 주는 인물로 보인다. 그러나 세상에 완벽한 인물은 없는 . 그는 외적으로만 그런 모습을 보여주는 인물일 뿐이다. 흔히 말하는 관료주의적 인물이랄까? 이상이 없는 인물이다. 절차와 규정에 의해 움직이지만, 이상의 것은 보여준다. 오히려 최포수가 부상을 당했을 자신이 나서기 보다는 생태학자와 엄태웅이 연기한 순경에게 어려운 일을 맡겨버리고 자신은 최포수와 도망쳐버린다. 영화 중간 중간에 그의 도벽을 통해서 그의 정체가 조금씩 드러나기는 하지만, 마지막에 도망치는 모습을 통해서 인물의 진실된 모습을 완벽하게 드러낸다.

 

 이렇듯 영화는 괴수 영화라기 보다는 인간과 사회에 대한 성찰과 묘사가 넘쳐나는 영화다. 다른 영화들은 보통 괴수에 대항하는 인간의 모습을 통해서 내면적인 용기나 선함을 드러내는데 반해서, 영화에서는 괴수를 통해서 일상에서의 인간본성에 비해서 위급한 상황에서 나오는 인간의 본성이 저열함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생각해보면 영화 "쏘우" 같은 작품에서 그런 모습을 많이 나온다. 보통 공포영화나 슬래셔 무비에서 그런 모습을 많이 보여주는데, 영화 "차우" 특이하게 괴수 영화에서 그런 모습을 보여준다. 그렇게 본다면 영화는 인간이 싸워야 것은 외부의 적이나 괴물이 아니라, 인간 내부에 있는 비열하고 저열한 본성임을 보여주는 같다. 그래서 영화가 괴수 영화도 코메디도 되지 못하는 이유는 어설프게 완성된 괴물 멧돼지와 긴장감을 조절하지 못하고 남발되는 코믹스런 장면 때문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냉소적이면서도 객관적인 묘사 때문은 아닐까?

 

댓글 4개:

  1. 방금 심야로 보고왔습니다만, 포인트를 잘 집어주셨네요. 신정원 감독은 오랜만에 등장하는 만큼 전작보다 더 능숙해진 듯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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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아키라주니어 - 2009/07/17 02:21
    제가 신정원 감독의 전작을 못봐서^^; 다음에 기회가 되면 한번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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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차우 박순경 정윤민이라고 합니다

    우연찮게 들어와서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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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정윤민 - 2009/08/02 00:28
    좋지도 않은 글, 잘 읽으셨다니 부끄럽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멋진 연기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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