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2월 11일 일요일

10여년 만에 읽은 "아라비안 나이트 2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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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등학교시절엔가 TV에서 "신밧드의 모험" 이라는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즐겨봤던 기억이 있다. 당시에도 인기 애니메이션이어서 방과후면 언제나 TV 앞에 앉아 신밧드와 함께 흥미진진한 모험의 세계로 같이 여행하곤 했다. 요술램프의 지니나 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 같은 많이 알려진 얘기 뿐만 아니라 알려지지 않은 "아라비안 나이트" 속의 진기한 이야기 봇다리에 하루하루는 즐거움의 연속이었다.  각각의 에피소드들이 생각나지 않지만 애니메이션 속의 작고 둥글둥글한 신밧드의 캐릭터는 아직도 기억이 난다. 시간이 흐르고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드라큘라"라는 영화를 보면서 "아라비안 나이트" 어린이를 위한 동화나 우화책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영화 속의 위노라 라이더가 펼쳐보는 "아라비안 나이트" 삽화는 사춘기 소년의 성적 호기심을 자극함은 물론이거니와 내가 이전까지 알고 있던 것과 다른 실제 "아라비안 나이트" 대한 궁금증을 유발했다. 그리고 얼마 뒤에 신문에선가 "범우사"에서 나온 완역 "아라비안 나이트" 광고를 보게 되었다. 그리고 19세 이상이라는 문구까지…….(지금은 19 이상이라는 문구가 달릴만한 책이 아니라는 생각은 들지만……) 19 이상이라는 문구가 마음에 걸렸지만 사춘기 소년의 성에 대한 호기심과 완역 "아리비안 나이트" 대한 호기심을 누가 말리겠는가? 다음날 서점에 가서 10권으로 이루어진 책의 첫번째 권을 구입해 읽었다. 그리고 학업이라는 무게와 내가 읽기에는 어려운 문체들 때문에 후의 책들은 보지 못했다. 그로부터 10여년의 세월이 흘러 이웃 블로그의 정원사님의 헌책방 탐방글을 보고 헌책방을 가고 싶은 마음에 보수동 책방골목을 갔다. 쌓여 있는 많은 헌책들 중에서 나란히 꽂혀있는 아라비안 나이트 전권은 지난 기억을 자극했다. 때보다 쉽게 읽을 있으리라는 생각에 2권과 3권을 구입했다. 그리고 이제야 아라비안 나이트 2권을 읽게 되었다. 10여년이 흘러 1권의 내용에 대한 기억은 없지만, 2권의 시작은 다른 이야기였기에 10여년이라는 시간의 단절은 어려움이 없었다.


 지금이나 아라비안 나이트의 배경이 되는 시대나 미에 대한 인간의 원초적인 욕망은 같은가 보다. 잘생긴 청년과 아름다운 노예 처녀의 불꽃같은 사랑은 부모가 말려도 소용이 없으니….. 처녀가 왕에게 바쳐질 진상품(?)인데 목숨을 사랑을…. 아버지의 라이벌인 대신이 사실을 알고 왕에게 고해바쳐 살던 고향과 나라에서 도망치듯 빠져나가 도착한 곳에서 교주의 도움으로 사랑도 이루고 재물과 권력을 얻는 얘기에서 조금은 잔혹하고 모질지만, 잘못을 잘못이라고 고한 라이벌 대신이 측은하다.


 사랑은 시대를 초월하는 이야기인가 보다. 특히 신분을 초월한 사랑은 신분이라는 제도적인 계급신분이 없어졌지만 재력에 따른 보이지 않는 신분제도가 있는 현재에도 비슷하게 반복되며 감동과 즐거움을 주니 말이다. 왕의 여자를 사랑한 청년은 자신의 성적욕망을 억제하고 왕에 대한 존경심과 여인에 대한 진실한 사랑으로 사랑도 얻고 왕의 총애까지 얻으니…. 사랑이란 육체적 사랑보다 정신적 사랑의 가치가 얼마나 큰지를 보여준다.


 종교간의 갈등은 끝이 없다. 기독교, 이슬람교, 유대교는 같은 원류에서 파생된 종교임에도 서로 반목하면서 오랜 시간을 보내왔고 지금도 반목하고 있으니….. 아랍의 시선에서 쓰여진 아라비안 나이트에서 기독교와 이슬람의 갈등은 교리적 이념적 갈등이 아니라 성적욕망에서 시작되니 조금은 흥미롭다. 365개의 방과 365명의 첩을 거느린 이슬람 왕의 성적욕망에서 시작된 조그만 갈등이 전쟁이라는 커다란 갈등이 되어버린다. 처음 이야기의 전개는 이복형제의 왕권다툼이려니 추측했으나…… 이복여동생과의 근친도 나오고, 여성동성애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고 종교를 초월한 사랑도 나오고, 기독교와 이슬람의 치열한 전쟁 묘사와 간계를 통한 반전과 반전…. 이야기는 방대하고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책의 4/5 이야기에 할애하지만 이번 권에서 끝나지 않으니 책의 마지막을 덮으면서 안타깝기만 하다. 이야기만 했다면 끝이 날을 얘기이지만, 이야기 속의 다른 이야기의 때문에 에피소드의 끝은 언제날까…. 종교전쟁이 한창인데 다시 사랑이야기로 가니 조금은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사랑 이야기도 또한 흥미진진하다. 진실한 사랑을 알지 못하고 성적욕망 때문에 진실한 사랑을 죽음으로 몰아가고 절제하지 못한 성적욕망으로 거세까지 당하고….. "세라자드는 날이 훤히 밝아오는 것을 깨닫고, 여기서 허락된 이야기를 그쳤다"라는 문장은 뒷이야기가 궁금한 나에게 야속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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