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2월 9일 수요일

상식이 실패한 것이 아니라 이미 병들과 파괴 당했기에 실패한 것이다. 책 "상식의 실패"를 읽고.

 

 사람들은 저마다 공통의 상식을 공유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기본적인 예절이나 매너 같은 것들은 학교나 가정에 배웠고, 생활하면서 몸에 익힌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는 상식이다. 하지만, 이런 기본 상식이라는 것도 문화가 다르고 언어가 다른 곳에서는 다른 의미가 되기도 한다. 우리 나라에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면 칭찬의 의미를 가지지만, 어떤 나라의 경우 모욕적인 욕이 되기도 하는 것을 보면 상식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하나의 문화를 공유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통용되는 것이지, 인류 모두에게 통용되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있다.

 

 물론 신자유주의 물결에 국경의 의미가 희석되고, 인터넷이라는 네트워크의 발달 그리고 비행기의 발전으로 인적 교류가 늘어나면서 인류가 공유하는 상식의 개수는 늘어나고 있다. 그렇게 늘어가는 상식들은 서로를 교류하게 만들고 이해의 폭을 넓게 만들었다. 그러면서 지구 상에 있는 모든 국가와 사람들은 상호의존성이 점점 커졌다. 증국에서 나비가 날개 짓을 하면 미국에 태풍이 분다는 나비효과 처럼. 나라 어느 곳에 커다란 사건이 터지면, 여파는 순식간에 주변으로 퍼져나간다.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의 여파는 단적인 예다. 전세계를 경기침체로 만든 파괴력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많은 사람들이 몸소 체험하고 있다. 금융위기의 고통을 몸으로 체험하면서도 많은 사람들은 위기의 본질에 대해서 모른다. 관련 학자나 경제 전문가들 그리고 종사자들이 근본 원인을 파헤치고, 해결책을 찾아서 고군분투하는 와중에도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힘겨운 현실이 급하다. 그래서 사건에서 교훈을 배우는 사람은 많지 않다. 단지, 경제학자나 관료 종사자들의 이야기만을 듣고 알아들은 것처럼 고개만 끄덕인다.

 

 그렇다고, 소위 전문가라고 불리는 집단들도 보통 사람들과 달라 보이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들의 책임을 묻는 사람들에게 변명하기 급급하다. "이성이 있는 생물은 참으로 편리한 존재이다. 하고 싶은 모든 일에 이유를 붙여 정당화할 있기에"라고 말한 밴저민 프랭클린의 말처럼 그들은 자신들의 책임은 회피하고,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자신이 말하고 해왔던 일들에 대해서 정당성을 부여한다. 그래도 그런 것이 아니라 다행인도 모르겠다. 미국의 경제 대통령이라고 불렸던 앨런 그린스펀은 미국의 금융위기에 대해서 자신의 정책이 잘못되었다고 사과했고, 전설적인 CEO GE 회장 웰치는 자신이 경영원칙으로 삼았던 주주자본주의에 대해서 미친 짓이다고 말했을 정도로 솔직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책임을 회피한다. 학생들에게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상식을 가르치던 어른들이 상식을 깨어버린다. 그들의 가장 비겁한 변명 중에 하나는 자본주의가 실패한 것이 아니라 미국의 자본주의가 실패한 것이라고 말한다. 여전히 시장이 경제의 최선이고 최고의 선택이라는 것이다. 미국의 탐욕이 시장에 거품을 형성하면서 만들어진 금융위기일 시장은 여전히 최고의 해답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탐욕으로 거품이 꺼지면 시장은 본래의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들은 시장에 정부개입을 주장했던 케인즈의 부활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들이 하는 번째, 변명은 이번 사태가 "블랙 스완(검은 백조)"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 상식으로는 백조의 색깔은 하얀 것이다. 그런데 백조에 검은 백조가 있다는 것은 상식을 뒤엎는 예측이 불가능한 영역에 존재한 사건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신이나 점쟁이가 아닌 이상 어떻게 그것을 예측하겠냐고 항변한다. 어떻게 보면 맞는 말일 수도 있다. 예측이라는 것은 많은 자료를 바탕으로 기존에 개발된 예측 도구들을 활용해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예측 도구가 가지는 한계나 자료가 가지는 한계로 인해서 그들이 예측할 있는 범위는 한정 밖에 없다.

 

 하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변명을 위한 변명일 뿐이다. 검은 백조가 갑작스레 출현할 가능성이 물론 존재하겠지만, 이번 금융 위기는 그런 갑작스런 출현이 아니기 때문이다. "패닉 이후"라는 책을 보면 이미 금융위기의 가능성을 경고하는 기고나 신문 기사들이 존재함을 있다. 책은 그런 기사와 기고문을 모은 책으로 이미 검은 백조의 출현은 예고되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권의 "상식의 실패"라는 책은 솔직하다. 이번 금융 위기로 파산한 리먼 브라더스 내부에 직접 겪은 저자의 경험담을 솔직 담백하게 쓰여져 있다. 리먼에 대한 애정이 무한이 묻어나기도 하고, 리먼이 무너진 것에 대해서 너무나 안타까워하는 모습이 곳곳에 묻어나지만, 리먼이 서서히 무너져가는 과정을 과감 없이 서술한다. 책은 유명 MBA출신들이 포진한 그곳 리먼에서, 리먼이 그냥 갑자기 무너진 것이 아님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내부의 몇몇은 이미 리먼이 위험한 상황에 직면했다는 것을 경고했고, 무너지기 직전에 리먼을 파산지경까지 내몬 경영자들을 내쫓고 리먼을 살리려고 고군분투했던 선량한 직원들의 모습까지도 생생하다.

 

 그럼에도 금융위기는 발생했고, 리먼은 파산했다. 그렇게 밖에 없었을까? 대중의 탐욕과 광기가 그런 경고를 완전히 묵살할 만큼 강했기에 검은 백조의 출현 전조를 인식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대중의 탐욕과 광기는 이성을 마비시키고, 정확한 현실 판단을 방해한다. 그래서 대중의 탐욕과 광기는 역사를 통해서 계속 반복되어 진다. 역사를 배우지 지혜를 배우지 못하는 것이 우리라는 사실을 확인할 있다.

 

 하지만, "상식의 실패" 한가지 중요한 이유를 가르쳐 준다. 수재들만 모인다는 최고를 지향하던 금융회사가 무지한 대중들의 판단과 다르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지. 리만의 위험성은 내부에서 이미 인식하고 경고하기 시작했지만, 경고가 전파되지 못하고 차단되진 이유는 바로 힘을 가진 결정권자의 오만과 독선이었다. 그리고 리먼 내부의 시스템의 문제였다.

 

 우선 시스템의 문제를 집어보면, 무리한 투자의 위험성을 경고한 것은 소위 말하는 다른 부서의 사람들이었다. 저자가 일하는 쪽은 채권파트로 서브프라임과 부동산에 투자하는 파트와는 완전히 떨어져 있었다. 부서간의 의견교환이나 정보교환이 충분히 이루어지고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이 갖춰져 있었다면, 문제점에 대한 지적은 쉽게 전파 있었을 테지만, 리먼은 그렇지 못한 시스템을 가지고 있었다.

 

 내부성의 논리라는 것이 있는데, 같은 조직이나 기구에서는 보편적인 상식이라는 말과는 다르게 그들만의 논리가 존재하고, 그런 논리로 작동하게 되는데, 부동산 투자관련 부서는 논리적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던 것이다. 그래서 다른 부서 사람들이 인식하는 문제에 대해서 인식할 있는 논리적 기제는 완전히 정지하고, 자신들이 하는 일이 정당하다는 논리적 기제만 계속 작동했다. 그로 인해서 수익에 눈이 멀었던 부동산 사업부는 위험성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게 되고, 지속적으로 무리하게 투자를 하게 되었고, 결국에 오랜 역사를 가진 투자은행 리먼을 무너뜨리게 것이다.

 

  번째, 경영자의 독선과 오만은 파산을 막을 있는 기회를 완전히 차단한 결정적인 한방이 된다. 부동산 부서와는 직접적인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상태가 되자, 직접 경영자에게 위험을 경고하지만 묵살 되어 버린다. 당시 리먼의 사장이었던 조세프 그레고리는 그런 경고를 "성장, 성장, 성장이네, 알렉스. 우리가 원하고 필요로 하는 성장이기에 계속 거기에 주력해야만 하네."이라는 말로 묵살해 버린다. 그는 성장을 위해 눈을 감았고, 귀를 막았다. 입만 열고 외쳤다. 성장. 성장. 성장.

 

 심리학에서는 일관성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는데, 사람들은 보통 자기가 경험한 것이나 하는 일을 계속해서 추구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보통 매년 대학에서 일어나는 신입생 환영회를 빙자한 구타사건이나 과도한 먹이기 사건 같은 것들이 이런 예인데, 그런 짓을 하는 선배들은 이런 일이 나쁘고 없애야 되는 악습인 것을 알면서도, 자신이 이미 겪었고, 계속 있어 왔던 일이기에 어느 순간엔가 그것이 나쁘다는 생각을 망각하고 똑같은 일을 반복하게 된다는 것이다. 성장을 계속 외친 경영자의 판단이나 말은 결국 지금까지 리먼은 지속적으로 성장해왔고, 앞으로도 성장할거라고 굳건하게 믿었던 것이다.

 

 이런 과정을 보면 지금 우리기 직면한 다른 현실이 있다. 상식이 파괴되고 실패하고 있는 과정. Mb 딴나라당은 민주주의라는 상식을 파괴하고 있다. 4대강과 세종시 수정을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눈을 감고, 귀를 막고, 반대를 위한 반대라고 몰아붙인다. 지독한 자기논리에 집착하면서 민주적 절차와 민의를 무시하는 헌법 파괴적인 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의 이런 행위는 일관성의 법칙을 정말 충실하게 따른다. 자신이 사장시절 했던 전근대적인 경영스타일이 제대로 경영이라고 믿고 그냥 밀어 붙이는 것이다. 경영과 정치를 같다고 착각하는 무식함을 그대로 드러낸다.

 

 사태가 이러한 데도 많은 사람들은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 민주주의 파괴 내지는 후퇴를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박정희가 행한 독재에 대한 향수와 잘못된 민주주의 교육으로 인해서 오히려 묵인하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원래 민주주의란 토론과 합의 과정으로 타협과 배려가 원칙인데, 잘못된 교육은 민주주의는 다수결이라는 힘의 논리를 심어줬다. 그래서 mb 딴나라 당이 행하는 헌법과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다수결의 행포가 민주주의라 믿고 있다.

 

 사실 이것은 일차원적인 원인분석일 수도 있다. 이미 대한민국은 상식이 파괴된 나라이기 때문이다. "부자 되세요" 말이 인사처럼 쓰였고, 행복의 필수조건을 성공과 돈이라는 것이 상식인 나라에서 민주주의 후퇴는 예견된 일이지 않을까? 철학자 윌리엄 제임즈는 이런 말을 했다. "성공이라는 돼먹지 않은 여신만 숭배하는 데서 생긴 도덕적 무기력, '성공'이라는 말을 돈으로만 해석하는 추잡함이 우리의 국가적 병이다."라고. 그렇다. 대한민국이라는 곳에서는 시민과 나라는 병에 걸렸고, 상식은 파괴 당한 것이다. 상식이 실패한 것이 아니라 이미 병들과 파괴 당했기에 실패한 것이다.

 

상식의 실패 - 8점
로렌스 G. 맥도날드 외 지음, 이현주 옮김/컬처앤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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