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3월 16일 월요일

사랑을 표현하는 법. 소설 "매뉴얼"을 읽고......

 


 
핵가족화 사회. 그리고 부모든 자녀든 각각의 구성원들이 자신만의 공간 속에서 서로간의 연대감이 희미해져 간다. 무뚝뚝하기로 유명한 경상도 남편, 아버지들의 모습이 코메디 프로그램의 개그 소재가 되었지만, 그것을 현대 사회에서 파편화 되어가는 가족관계를 보여주기 위한 은유일 뿐이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라는 말처럼, 가족간에 느끼는 유대감 그리고 사랑이라는 것을 있다면 좋으련만, 우리는 자신을 중심으로 생각하는 이기적인 존재인 동시에 표현되지 않은 사랑을 알지 못하는 둔감한 존재들일 뿐이다.

 

 가족들의 사랑이나 배려를 무관심으로 착각하기도 하고, 가족들이 보여주는 자신에 대한 믿음을 구속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핵가족화란 핑계, 각자 개인의 삶도 중요하다는 핑계로 많은 현대인들은 가족에 대한 사랑과 믿음에 대해서 노력을 하지 않는다. 사랑하는 연인에게 사랑한다 말해야 상대방이 나의 사랑을 있듯, 가족에 대한 우리의 사랑도 표현을 해야지 전달되고 돈독해 진다. 우리는 그것을 쉽게 망각한다. 멀리 보이는 높은 산이 언제나 자리에 있는 것처럼, 가족 그리고 안에 사랑은 내가 원하기만 하면 언제나 자리에 있으리라는 잘못된 믿음이 현대인들을 힘들게 한다.

 

 혈연으로 이어졌다고 가족간의 연대와 사랑이라는 감정은 영원한 것은 아니다. 시드니 셀던은 "영원한 것은 없다"라는 말을 제목으로 쓰지 않았던가? 하지만 우리는 자신을 중심으로 관계와 사랑들이 영원할 것이라고 믿는다. 나의 우정은 영원한 것이고, 나의 사랑은 영원 불멸한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나의 가족간의 사랑도 아름다웠고 영원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안의 어딘가에는 사랑들을 부정하는 다른 편이 존재한다. 확인하지 못한 사랑들에 대한 의구심들이 사랑에 대한 믿음을 하나하나 부식시킨다. 부식과정에서 어느 때는 의구심이 분노로 미움으로 그리고 증오로 변해 나를 힘들게 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나이가 들어 세상을 이해하는 능력이 조금씩 커질 쯤에, 그땐 부모님이 이렇게 말해줬으면 내가 지금 이렇지 않았을 것인데 라는 지난 날의 후회와 원망들은 어김없이 우리의 뇌를 스치며 지나간다. 부모님을 이해하면서도 그때 조금만 부모님들이 이렇게 해줬다면 이라는 안타까움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자신의 잘못에 대한 희생양으로써 우리는 부모님이나 가족들에게 원망과 안타까움을 쏟아낸다. 그것은 가족이기 때문에 이해하고 감싸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런 믿음에 따른 행동이 가족간에도 커다란 상처가 수도 있음을 우리는 모른다. 가족이라는 곳은 우리의 나쁜 감정들을 쏟아 버리는 쓰레기통으로 착각하기 때문에, 상처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는다. 그렇게 해서 조금씩 균열이 생기고 극복하지 못하는 골을 만들어 내게 된다. 그러면서 사랑한다는 말은 위선과 가식이 되는 것이다. 사랑의 표현은 "사랑한다."라는 말로 모든 것이 되는 것이 아니다. "사랑한다." 말조차 하지 않은 보다야 나을 수도 있지만, 이미 닫혀버린 마음에 사랑이라는 말은 상처를 주는 가시일 뿐이다.

 

 말이라는 것은 밖으로 나와야 말이 되는 것이고, 글이라는 것은 글씨로 쓰여져야 글이 되는 것이다. 사랑이라는 것도 어떤 것으로 표현되어져야만 사랑이 되는 것이다. 사랑의 표현은 사소한 관심과 진심에서 우러나온 이야기들이다. 이런 것들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아주 낯설 밖에 없지만,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 사이에 숨겨야 것들 일까? 사랑은 만들어져 나온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다. 사랑은 그렇게 만들어가는 것이고, 표현하는 것이다.

 

 시한부 인생을 선고 받은 아버지가 이제 5살이 딸을 위해서 "매뉴얼"이라는 소재는 매력적이다. 자신을 기억하기도 힘든 나이에 딸의 곁을 떠나는 아버지가 있는 사랑의 표현이랄까? 딸이 자라나는 과정을 보지 못하고, 그래서 딸에 대한 관심과 애정 그리고 사랑을 표현할 없었던 아버지가 마지막 사랑을 매뉴얼에 담은 것이다. 속의 아버지는 딸을 가르치려고만 들지 않았다. 솔직하게 자신의 어린 시절의 추억들을 이야기하고, 솔직하게 아버지로써의 감정들을 하나하나 표현하면서, 자신의 존재 부재로 인해 나오는 모자란 부분을 채워주고 있다.

 

 만약 살아있어서도 딸에게 이렇게 자신의 사랑을 표현하고 솔직한 이야기를 했을까라는 의문을 가져보기도 한다. 죽었든 살았든 중요한 것은 속의 아버지가 글이라는 것을 썼기 때문이 아닐까? 만약 말로서 딸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표현하려 했다면, 매뉴얼에 있는 내용들 중에서 빠진 내용도 많았을 것이고, 아니면 다른 내용들도 많았을 수도 있다. 글을 쓴다는 것은 많인 생각의 인내의 과정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매뉴얼이기에 사랑이 넘쳐나고 절절한 것이 아닐까? 말로 사랑을 표현하는 것도 좋지만, 책처럼 매뉴얼이라는 이름으로 아니면 다른 이름으로 자녀들에게 아니면 다른 가족들에게 솔직하고 진솔한 사랑을 표현하는 것이 어떨까? 사랑을 만들어 가기 위해서…….


매뉴얼 - 8점
롤라 제이 지음, 공경희 옮김/그책

댓글 2개:

  1. 오늘 어머니와 함께 짧은 길을 걸었습니다.

    은빛연어님이 올린 매뉴얼이라는 책이 더욱 읽고 싶어지네요.

    때론 우린 더욱 소중하게 지내야할 사람들에게 가족이라는 핑계로

    강요와 보이지 않는 폭력들을 행사 하지는 않았는지... 라는 생각드는

    밤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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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P군(-- ;) - 2009/03/16 00:10
    책을 읽은 느낌은 제 위주로 써서, P군님이 읽고 실망하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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