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3월 5일 목요일

문제의식과 재기발랄한 문체가 돋보이는 책. "삼중문"을 읽고

 


 소설 "삼중문" 저자 "한한" 현재 중국을 대표하는 신세대 작가이자, 베스트 셀러 작가라고 한다. 작품은 그의 처녀작으로 17세에 발표한 작품이라고 한다. 하지만, 기성문단의 따가운 비판의 한가운데 있는 작가라고 하니, 문득 귀여니가 떠오른다. 귀여니의 작품은 취향이 아니라서 읽어보지는 않아서 세세한 비교는 힘들지만, 귀동냥으로 주어들은 내용으로 비교해보면, 귀여니는 10 소녀들의 판타지를 만족시켜주는 작가라면, 책을 통해서 보여지는 한한은 10대의 시선으로 교육과 학교의 문제를 날카롭게 파고들어 학생들의 저항정신을 대변해주는 작가다.

 

 "삼중문" 특별한 사건 없이 전개된다. 누구나 학교에서 번씩 경험했을 같은 평범한 일상들을 펼쳐 보인다. 그래서 인지 쉽게 공감할 있는 이야기일 뿐만 아니라, 주인공의 느낌과 생각들이 시절에 번쯤 해봤던 것들이기에 쉽게 동화되어진다. 특히 학창시절의 좌절감이랄까? 학생으로써 가지는 한계랄까? 그런 내면의 반항심이 겉으로 표현되어지지 못하는 현실 속의 학생들의 모습을 문장으로 표현한다. "린위상, 인간으로 말하자면 반골 기질은 상당하지만 간이 작아 어디까지나 생각뿐이고 창자 속의 불만은 오장육부에서만 오락가락할 뿐이다."라고. 어떻게 보면 일상 속의 우리의 모습들이 아닐까? 쉽게 표현하지 못하고 속으로만 삭히면서 스트레스라는 것에 의해서 많은 병을 앓고 있는 모습. 불의를 보면서 불의에 대항하기 보다는 그저 침묵하는 우리의 모습. 그런 모습들은 아마도 우리들의 학창시절에 학습되어지고 습관화 되어버린 것이 아닐까?

 

 하지만, 한한은 린위상을 통해서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그런 껍질을 깨버린다. 린위상의 행동을 통해서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린위상의 눈을 통해서 보여지는 사회와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서. 자녀의 능력, 적성 등을 고려하지 않은 자신의 취향과 생각대로 교육을 시키는 아버지를 통해서, 하나의 주체적인 인간을 키우기 위한 교육이 아니라 기성세대들에 의해서 강요되어지는 교육을 보여준다. 가정생활을 등한시 , 마작에 빠져 늘상 집을 비우는 어머니의 모습을 통해서 해체되어가는 현대의 가족관계를 보여준다. 실력도 없고, 정식 교사과정을 밟지 않은 문학반 교사 마더바오를 통해서 교육계 내부의 문제를 드러낸다. 거기에 린위상이 편법으로 상위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과정을 통해서 사회의 부조리한 모습을 보여준다.

 

 자세히 보면 한한이 지적하는 이러한 문제적 모습을 우리네 환경과 전혀 다르지 않다. 법치를 외치는 정부나 정권이 법치를 무시하며 사회정의를 흔들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일제고사를 통해서 학생들을 세우려는 교육당국의 모습과 그것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무지한 학부모들. 그리고 양극화로 인해서 붕괴되어가고 있는 우리네 가정의 모습까지…… 표현 방법은 다를 중국 사회를 통해서 한국 사회의 내부를 그대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어떻게 생각해보면, 린위상의 행위를 통해서 직접적으로 반항하거나 저항하지 못하는 것이 한계일 수도 보일 있지만, 린위상을 통해서 비춰줘야 하는 학생들과 우리들의 모습을 명확하게 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면 작가의 선택은 옳은 것이다. 이런 사회의 모습을 만드는 것은 현실의 잘못에 대해서 자신의 생각과 주장을 큰소리로 치지 못하고 순응하는 바로 우리들이기 때문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린위상의 모습은 바로 우리들의 자화상이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의식을 17세의 나이에 표현한 작가의 역량은 대단해 보인다. 뿐만 아니라, 책에 넘쳐나는 고문의 인용을 보면 책을 읽는 동안에 머리 아프기도 하지만, 정말 만만치 않은 능력을 소유한 작가임을 알게 해준다. 어린 나이인 만큼 상투적이지 않은 제기 넘치는 비유법이 책을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하지만, 넘쳐나는 비유법은 조금은 남발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들게도 하지만, 학창시절의 기억과 함께 사회문제 의식을 일깨워주는 매력적인 책이다.


삼중문 - 8점
한한 지음, 박명애 옮김/랜덤하우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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