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14일 금요일

어떤 세상이 블랙일까? 영화 "블랙"을 보고...

 

 세상에 나와 처음으로 빛을 받는 순간 이미 눈이 멀어 빛을 보지 못하고, 자신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지는 순간 이미 귀가 멀어 자신의 탄생을 기뻐하는 사람들의 행복한 소리를 듣지 못하는 상태 블랙. 이것이 흔히 말하는 선천적인 장애인들에게만 한정 것일까? 세상의 다양한 색깔과 형태의 아름다움을 보지 못하고, 세상의 다양한 소리의 아름다움을 듣지 못하는 우리들. 그래서 다름을 쉽게 인정하지도 이해하지도 못하고 자신의 가치관이라는 이름이 만들어내는 장벽으로 스스로를 둘러 자신의 세계와 다른 세상을 단절해 버리는 블랙, 그것은 흔히 말하는 정상인들이 만들어내는 커다란 장애일 것이다.

 

 현대사회의 소통문제를 진지하게 그렸던 영화 "김씨 표류기" 보면, 한강 밤섬에 표류해 구조요청을 하던 남자 김씨와 구조전화를 받았던 텔레콤회사 직원의 불통은 정상인들의 블랙 상태를 보여준다. 많은 현대인들은 자신이 원하는 말만 하기 바쁘고 타인의 소리를 듣지 않으려는 후천적 청각 장애인인 것이다. 그렇다고 시각이라는 기관도 그런 장애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같은 기사를 접하고도 사람마다 해석이 다르고, 같은 사건을 눈으로 목격하고도 사건에 대한 해석은 사람마다 다르다. 가치관이 만들어낸 장벽 속에서 기사를 해석할 , 조금이라도 다른 시선이나 가치관의 간섭여지를 쉽게 내어주지 않는다.

 

 그렇게 만들어진 자신만의 세상이 빛인 착각하지만, 그것은 빛를 가장한 블랙일 뿐이다.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고,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해서 그것이 장애인지 조차 인식 못하는 가장 심각한 블랙이다. 보통 듣지 못하면 말도 못하지만, 이런 후천적 장애인들은 자기만의 목소리를 나불나불 대면서 커다란 소음과 갈등만을 야기할 뿐이다. 자신이 마치 모든 것을 알고, 자신이 마치 세상에서 가장 정의로운 사람인양 생각하는 심각한 자뻑상태 그것이 심각한 블랙상태이고 문제인 것이다.

 

 영화 "블랙" 선천적 장애인을 중심으로 블랙인 세상을 극복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예고편만 봤을 유명한 헬렌 켈러와 설리반 선생님의 다른 버전이라는 느낌을 주기에 영화에 대한 호기심을 그렇게 유발하지 않는 작품이다. 하지만, 영화가 장애아와 교사만의 이야기를 넘어서 세상과의 관계를 포함되어 있어서, 예고편에서 받은 느낌을 뛰어넘는 감동으로 다가오는 작품이다.

 

 영화 속에서는 블랙인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은 여주인공 미셀 뿐이다. 하지만, 실제로 영화 속에는 대부분의 인물들이 후천적인 블랙 상태에서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미셀의 부모님은 자신의 아이들 누구보다 사랑한다고 생각하지만, 자식에 대한 진정한 사랑을 알지 못하는 블랙 상태다. 철없는 부모들이 맹목적인 사랑으로 아이를 망쳐놓으면서, 그것이 누구보다 자식을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말하듯, 미셀의 아버지는 그런 모습을 보여준다. 그나마 다른 사람에게 열린 태도를 취하는 미셀의 어머니가 약한 블랙상태로 딸의 교육문제에 대해서 교사 사하이의 의견을 존중해주고 그대로 따라준다. 사하이의 노력이 결국에 미셀부모님의 블랙상태를 완전히 깨어버린다.

 

  명의 후천적 블랙인 미셀의 동생이다. 자신을 향한 가족들의 사랑을 의심하는 블랙. 장애아가 있는 가정에서 장애아에게 많은 관심과 애정을 보이는 것이 당연하지만, 어린시절 철없는 시선에서 보면 자신이 사랑받고 있다고 충분히 느낄 있는데, 그런 감정이나 느낌이 성인이 되어서도 지속되어 버린 것이다. 그래서 언니를 향한 질투와 자신을 사랑해주는 듯한 부모님을 향한 미움으로 가족들의 사랑을 한정해 버린다. 하지만, 결국에 결혼을 앞둔 그녀에게 미셀이 보내는 글을 통해서 자신이 만들어낸 블랙을 깨버린다. 동안 가족의 겉에만 돌던 그녀가 다시 가족의 안에서 충만한 사랑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나서 사하이와 미셀은 세상 속의 블랙을 깨기 위해서 나선다. 정상인과 장애인을 구분하는 세상에 대해서 장애인도 정상인처럼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미셀은 대학에 도전하게 된다. 우선 직면하게 되는 것은 입학이라는 난관이다. 듣지도 보지도 못하는 미셀이 대학의 강의를 듣고, 공부를 한다는 것은 세상의 보편적인 시선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하는 블랙 앞에서 기회조차 얻는 것은 쉽기 때문이다. 어렵사리 대학 학장에게 사정해서 얻은 면접의 기회를 통해서, 미셀은 그런 블랙을 깨어버리고 입학허가를 받게 된다.

 

 하지만 미셀은 다른 난관에 직면하게 되는데, 정상인의 수업을 따라가는 것이 쉽지 않아서 낙제를 하게 된다. 낙제를 하고도 낙담하지 않고 미셀과 사하이가 춤을 추는 영화 장면이 인상적인데, 실패에 좌절하지 않고 한번의 시련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미셀과 사하이의 인생관이 묻어 나있다. 영화 대사 중에 사하이가 학장에게 "미셀에게 가르치지 않은 단어는 불가능입니다."라고 했던 말과 일맥상통한다. 낙제나 순간의 좌절을 인생의 완전한 실패로 인식하는 블랙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향한 소리랄까? 결국에 미셀은 오랜 시간에 걸쳐서 대학을 졸업하게 되고 편견이라는 것이 만들어낸 세상의 블랙을 극복해 나간다.

 

 마지막으로 미셀이 극복한 블랙은 사하이에게 의존했던 자신의 삶이다. 블랙의 세상에서 자신을 인도해준 사하이에게 삶의 모든 부분을 의존했던 미셀에게 사하이의 부재는 삶에 커다란 공백과 상실감을 가져다 준다. 하지만, 미셀은 알츠하이머에 걸려서 기억을 모두 잃어버린 사하이를 위해서, 사하이가 자신에게 했던 처럼, 자신이 사하이를 블랙의 세상에서 깨우기 위해서 노력한다. 의존성을 버리고 비로서 자신의 스스로 삶을 개척할 있는 존재가 된다. 영화는 미셀과 주변 사람들이 블랙에서 벗어나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영화는 선천적 장애보다 후천적 장애가 만들어낸 블랙의 세상이 극복하기 어려움을 보여준다. 미셀이 선천적 블랙상태를 벗어나는 데는 20여일의 시간만 필요했을 뿐이지만, 후천적 블랙상태를 극복하는데는 그녀의 인생이라는 시간이 필요함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자신의 가치관으로 만들어진 블랙이라는 장애가 세상에 존재하는 사람의 만큼 다양하기에.

 

 사하이와 미셀이 블랙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보면서 우리는 후천적 블랙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사하이는 작은 힌트를 대사 속에서 던진다. 사하이는 미셀의 대학입학 여부를 두고 학장에게 작은 선행을 베풀어 달라고 말한다. 학장은 작은 선행으로 대학의 입학이 아니라 미셀을 교제를 점자로 만들어 준다. 학장이 베푼 작은 선행의 행위보다 중요한 것은 미셀의 입장을 생각하는 마음, 타인의 입장을 생각하고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이다. 작은 선행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작은 선행을 하기 위해서 타인의 입장을 생각하고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 그것이 후천적 블랙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이 아닐까?

 

 Ps> 영화의 감동은 영화의 내용 뿐만 아니라 배우들의 빛나는 연기에서도 느낄 있다. 사하이를 연기한 인도의 국민 배우라는 아미타브 밧찬은 생동감 있는 교사의 모습과 측은지심을 유발하는 환자의 모습을 완벽하게 그려낸다. 미셀을 연기한 라니 무르커니는 대사 없는 장애인을 연기하면서도 미셀의 감정을 관객에게 그대로 재현해 낸다. 미셀의 감정에 관객이 쉽게 몰입할 있도록 만드는 매력적인 배우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미셀의 어머니를 연기한 쉐나즈 파텔은 앞의 배우에 비해서 많이 출연하지는 않지만, 장애아를 가진 어머니의 복잡한 심경을 세심하게 그려낸다. 그녀의 연기를 보면 미셀에 대한 애처러움과 사랑 그리고 부모로써의 안타까움 같은 것을 그대로 느낄 있을 정도다.

 

댓글 1개:

  1. trackback from: [CGV] <블랙> 멤버십 시사회
    [CGV] <블랙> 멤버십 시사회 입니다 영화상영 1시간 전부터 선착순 1인2매 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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