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월 4일 월요일

배워야 할 치열한 고전 읽기와 그 기록들. 책 "청춘의 독서"를 읽고.

 

 독서를 하다 보면 느끼는 것은 독서라는 행위 자체가 지극히 개인적인 행위라는 것이다. 책을 집어 들고, 책을 편친 다음, 페이지씩 넘겨가면서 찬찬히 눈으로 글의 흐름을 쫓아서 읽고, 머리를 이용해 받아들인 내용을 상상하거나 이해하는 모든 과정은 누가 해줄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 밖에 없는 행위이다. 이렇게 책이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책의 저자와 나라는 존재만이 지적으로 상호작용을 하는 독서라는 행위는 지극히 개인적인 활동이 밖에 없다.

 

 그런데 정답을 딱딱 찍는 교육을 받아와서 그런지 몰라도, 그런 지극히 개인적인 지적 활동을 하다 보면 내가 지금 이해하고 받아들인 내용이 과연 정확한 것인가에 대한 심각한 의문이 생긴다. 독자들의 무한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소설이라는 분야는 나름의 느낌이나 감상이 중요하다고 쳐도, 분야의 책들에 대해서는 독서를 하는 내내 그리고 독서를 끝내고 나서도 의문을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내가 독서행위와 다른 사람이 독서행위의 차이가 무엇인지 알기 위해서 관심을 가지고 보는 것이 다른 이들의 독서 기록들이다.

 

 요즘은 블로그나 인터넷 서점이 발달해서 쉽게 다른 이의 독서 기록들을 엿볼 있다. 나도 리뷰를 블로그를 통해서 열심히 남기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 그런 블로그나 인터넷 서점의 리뷰나 서평은 보지 않는다. 보통 기록들은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기록들이라는 인상이 너무 강하다 보니, 독서에 대한 깊은 이해를 나타내지 못하는 것들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그런 것은 아니고, 인터넷 상에서 리뷰나 서평으로 유명한 파워 블로거들이 있기는 있다. 개인적으로 그런 분들의 리뷰들은 언젠가 책이라는 종이 매체로 나온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나중에 책으로 보는 것을 선호한다. 그렇게 읽는 편이 깊이 읽을 수도 있고, 나의 독서 행위와 자세히 비교할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나쁜 리뷰나 서평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책의 내용 요약 + 마지막에 간단한 느낌으로 끝나는 것들이다. 이런 리뷰들은 저자와의 지적 교감을 이루지 못하고, 저자의 높은 지적 능력을 맹목적으로 추종한 단계 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독서는 수동적 독서라고 생각하는데, 지혜보다는 지식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독서가 이런 성향을 많이 보인다고 생각한다. 깊이 있는 고전을 선택해 제대로 정독하기 보다는 쉬운 책들만 선택해 꾸준히 읽다 보니 지식은 많이 쌓았으나 깊이 있는 지혜를 얻지 못하고, 지적 발전 단계를 높이지 못하고 말기 때문에 나타난다고 생각한다.

 

 다치바나 다카시는 자신의 저서 "지식의 단련법"에서 정신집중력을 키우기 위해서라도 난해한 고전들을 읽으라고 권한다. "최후의 순간까지 끈질기게 생각하고 생각하는 것이다."라고 아주 단순한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지만, 이렇게 읽어야만 정신집중력 향상은 물론 지적 능력까지도 향상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젊었을 이런 책을 읽어두라고 강조한다. 나이가 들어 이런 책들을 읽으면 효율성도 떨어지고 시간만 허비하게 뿐이라는 것이다.

 

 그의 이런 충고가 아니더라도 전부터 개인적으로 고전을 읽어야 한다는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다치바나 다카시의 단순한 방법론이 정말 어렵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읽다가 중도에 포기한 고전들은 켠에 자리를 차지하고 먼지만 쌓이고 있는 반면, 새로운 신간들은 계속해서 늘어만 간다. 아무튼, 그런 리뷰를 쓰는 사람들이나 나의 수준이나 비슷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리뷰나 서평을 읽어봤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런 시간에 비록 고전보다는 못하지만, 최근에 나온 신간들을 읽는 것이 차라리 나를 위해서 좋다는 생각이 든다.

 

 반면,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게 읽었던 서평이나 리뷰 관련 책으로 꼽는 것은 국내에는 "마교사전"이란 소설의 저자로 알려진 한샤오궁의 "열렬한 책읽기". 중국의 유명한 지식인답게 편의 책을 읽고 리뷰가 예사롭지 않다. 독서를 독서의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은 문자를 중심으로 읽는(아직 나도 수준에 머물러 있지만) 반면, 독서의 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문자 이면에 감춰진 의미까지 찾아내면서 읽는 , 한샤오궁의 리뷰들을 보다 보면 그런 독서 능력을 느낄 수가 있다. 그러다 보니,  "열렬한 책읽기" 리뷰가 아니라 하나의 저작물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깊이 있는 내용을 보여준다. 보통 웬만한 리뷰는 책이 가지는 가치나, 책이 포함하고 있는 저자의 능력을 뛰어넘지 하는데, 한샤오궁은 스승을 뛰어넘는 제자의 경지를 보여준다. 현재 내가 추구하는 리뷰나 독서의 이상향이다.

 

 한샤오궁 같은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될까라고 고민을 많이 한다. 책을 읽으면서도 계속해서 나의 독서능력을 검증하고 생각하고, 리뷰를 쓰면서도 계속해서 나의 쓰는 방법들을 고민한다. 그런데 쉽게 늘지 않는다. 우선 아무래도 고전을 거의 읽지 않음으로써 발전하지 못하고 지체되어 있는 정신집중력과 지적 능력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고전 읽기는 나에게 여전히 버거운 과제다. 그래서 다른 방편으로 다독이라는 목표를 정했다. 직접적인 도전보다는 우회방법을 통해서 고전읽기 능력을 키우자는 생각에서다. 그래서 "1년에 100 읽기" 목표로 노력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효과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2010년을 맞이해 다시 고전을 읽자는 목표를 잡고, 동안 목표로 했던 "1년에 100" 읽기를 포기하려고 계획하고 있지만, 실천될지 두고 볼일이다.

 

 그런데, 문득 무작정 고전을 읽는다고, 정신집중력과 지적 능력향상에 도움이 될까라는 생각이 든다. 읽는다는 행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읽는 방법론도 관심을 가져야 된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한샤오궁 만큼은 아니지만, 읽는 방법론을 제시하면서 리뷰를 남긴 작가가 생각난다. 소설가 장정일. 지금의 자신을 키운 것은 독서라고 만큼, 뛰어난 독서가인 사람이다. 그는 자신의 독서 기록들을 "독서일기"라는 책으로 꾸준히 만들고 있다. 개인적으로 아직 읽어봐서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대신 그의 다른 독서 일기인 "공부"라는 책을 보면 그의 독서 방법론을 엿볼 있었다. 책을 통해서 그가 얼마나 치열하게 저자와 지적 교류를 하는지 느껴진다.

 

 그리고 명의 저자가 자신의 독서 기록들을 통해서 치열한 독서방법론을 보여준다. 유시민의 "청춘의 독서" 장정일의 "공부"만큼 치열함은 보이지 않지만, 자신이 엄선한 고전과 리뷰들을 통해서 "고전을 이렇게 읽어야 하는 이야"라는 모범적 모델을 제시하는 같다. 그래서 읽으면서 내가 과거에 읽었던 책들의 느낌과 생각들을 올리려 노력하면서 읽게 된다. 그런데, 제대로 기억이 나는 것이 없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 푸시킨의 "대위의 ", 최인훈의 "광장" 그리고 헨리 조지의 "진보와 빈곤"까지 책에 수록된 14권의 고전 속에서 내가 읽은 책들은 4, 그나마 가장 최근에 읽은 것이 헨리 조지의 "진보와 빈곤"이다 보니 이것을 제외한 나머지 책들에 대한 기억은 전혀 없다.

 

 그러다 보니 책을 읽으면서 많은 반성을 하게 된다. 14 모두가 읽자고 다짐했으나 손이 가지 않아서 혹은 어려워서 읽지 않았던 책들일 뿐만 아니라, 읽었던 책마저도 내용에 대한 기억도 느낌에 대한 기억도 없어서. 생각해 보면 장정일이나 유시민 처럼 치열한 독서를 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책은 2010년의 목표 고전 읽기에 대한 목표를 잡을 있는 기회를 제공했을 뿐만 아니라, 내의 독서 방법론에 반성할 기회를 제공해 주었다. 저마다 독서 방법론이 다르기 때문에 장정일이나 유시민의 독서 방법론이 정답일 수는 없겠지만, 그들의 치열한 독서 방법론은 충분히 본받을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단계를 거치다 보면 높은 독서의 경지에 오르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청춘의 독서 - 10점
유시민 지음/웅진지식하우스(웅진닷컴)

댓글 1개:

  1. trackback from: 네이버 지식인의 서재 - 김제동 편
    <네이버 지식인의 서재 - 김제동 편> 어쨌든 책은 곧 사람이니까요 서재라는 곳은, 문 열고 들어와서 사람 만나는 데죠. 어쨌든 책이 사람들인거니까요. 그래서 손에 잡히면 ‘아, 오늘은 이분하고 한번 이야기를 해보자’하는, 그런 곳입니다. 책은 덮어놓으면 무생물이지만 펼치는 순간에 생물이 되고. 또 교감까지 하면 친구가 됩니다. 덮어놓으면 작가분도 주무시고 펼치면 작가분도 깨셔야 하고. 어떤 분들은 저보다 연세 드신 분도 있고 또 저보다 아래이신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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