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 4일 수요일

영화에 대한 새로운 담론 놀이는 즐거우나..... 책 "진중권의 이매진"을 읽고

 

 하나의 영화를 두고도 저마다 다양한 생각들과 느낌이 넘쳐난다. 어떤 이는 내가 보지 못한 색다른 시선과 관점으로 영화를 말하기도 하고, 어떤 이들은 너무 표피적인 면만을 가지고 영화를 이야기 한다. 영화라는 것이 시각적인 감각을 바탕으로 하는 영상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영상으로 보여진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에서부터 영화의 영상에 포함된 은유까지 해석하는 사람까지 폭이 넓음은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뿐만 아니라 은유라는 것이 감독이 의도했던 은유도 있겠지만, 개인이 가지고 있는 다른 은유적 해석장치는 저마다 다르기에 해석의 폭은 상상이상으로 넓어진다. 그래서 어떤 경우에는 하나의 영화를 두고도 논쟁이 일어나기도 한다.

 

 하나의 영화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존재하는 것은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르다는 것이다. 그래서 다름에 대해서 논의하고 이야기하면서, 차이를 이해하기도 하고, 때론 해석을 폭을 새롭게 넓히게 된다. 자신의 것이 절대적으로 옳다는 믿음은 이런 과정을 방해함은 물론이고 영화라는 매체가 부여하는 넓은 상상력과 생각의 깊이를 전혀 누리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범하는 것이 된다. 누군가의 새로운 해석 또는 새로 제기한 담론을 보는 것은 차이를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다름을 이해하고 자신이 가진 사고력의 한계를 넓히는 기회이자 경험의 장이 된다.

 

  책은 다른 영화 관련 서적들과 다르게 상당히 독특하다. 저자의 서문에서 자신의 책은 "영화의 비평이 아니다! 새로운 담론의 놀이다."라고 말한 것처럼, 이제껏 보아왔던 다른 글이나 책들에 비해서 상당히 독특하고 신선하게 다가온다. 보통 영화의 해석은 영화 속의 은유와 해석하는 사람의 은유적 장치가 공명을 이루어서 만들어낸다. 그래서 해석하는 사람이 가지고 있는 은유적 장치가 얼마나 풍부한 경험과 정보를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서 크게 달라지는데, 그런 면에서 보면 저자 진중권의 생각은 폭은 상당히 넓다. 영화를 두고 이런 담론도 가능하구나 하는 놀라움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담론이라는 것이 너무 추상적이다라는 느낌이 크다. 그래서 내가 직접 봤던 영화를 이야기하는 부분에서는 저자의 담론을 어렵지만, 조금씩 따라가면서 이해하고 공감하는 폭이 커진다. 하지만, 직접보지 못한 영화에 대해서 늘어놓는 담론에서는 저자의 놀이를 따라가기가 쉽지 않다. 뿐만 아니라 쉬운 우리말로 있는 것들도 그냥 외래어를 남용한다. 마치 저자 자신이 지적 유희를 혼자 즐기기에 급급한 같다. 책을 읽는 사람들을 전혀 배려하지 않은 듯하다. 모든 사람들이 저자의 지적 능력 만큼 높은 것은 아니니까, 조금은 독자에게 친절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진중권의 이매진 - 8점
진중권 지음/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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