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2월 22일 일요일

미국발 경제 위기의 처방전 같은 책 "위기 그리고 그 이후"를 읽고..

 

 
최근에 동유럽의 경제 상황이 심상치가 않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조금만 참으면 조금만 견디면 힘겨운 경기침체의 상황을 벗어날 있다고 윗분들은 말을 하지만, 뒤에 들려오는 사실에 근거한 소식들은 점점 악화되고 있는 상황 뿐이다. 전문가들이 예측했던 경기회복의 시점은 점점 뒤로 미뤄질 뿐이고, 바닥을 쉽게 없는 상황에서 외국 정부들은 경제전망 예측을 포기하고 발표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올해 말로 예상했던 경기반등의 시점은 내년을 기약할 뿐이고, 이번 위기와 전혀 상관없이 그저 묵묵히 자신의 일만을 열심히 하던 서민들은 하루하루의 삶이 힘겹기만 하다. 우리들에게 들려오는 소리는 "위기는 기회다"라는 막연한 기대를 갖게 만드는 구호 뿐이다.

 

 위기가 기회인 것을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던가? 하지만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사람들은 위기가 오기 전부터 차근차근 내실을 다졌던 사람들이다. 위기가 닥쳤을 때야 비로서 기회를 찾으려 하는 사람에게 위기란 바닥이 보이지 않는 절벽일 뿐이다. 물론 중에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할 각오로, 자신의 실수와 잘못 그리고 풍요 속에 만들어진 모든 타성들을 하나 하나 바로 잡아가는 사람들은 이번 위기가 기회일 것이다.

 

 지금 우리는 과연 위기를 기회로 만들 준비를 하고 있을까? IMF 이후에 급속하게 진행된 사회 양극화로 인해서 많은 사람들은 현실의 , 지금 하루하루가 힘겨운데. 미래를 위한 준비,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한 준비는 엄두조차 내기 힘든 현실이 많은 사람들의 인생의 무게를 짓누른다. 그렇다고 삶에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이번 위기를 준비하고 있을까?

 

 병을 고치기 위해서는 병의 원인을 찾아서, 거기에 맞는 치료법으로 치료해야 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흐를 수록, 좋은 소식보다는 나쁜 소식이 계속해서 들려온다. 병의 원인을 찾고 치료법을 찾을 시간이 없을 정도로 급작스런 다른 병들이 계속해서 드러나다 보니, 어느 순간엔가 우리는 근본 원인을 잊어버린다. 그저 새로운 병에 대한 응급처치에 집중해서, 치료보다는 이상 악화되지 않기에 급급하다. 이번 경제 위기에 대한 우리의 대처 방법도 응급처치를 벗어나지 못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그저 "희망"이라는 막연한 영양제에 의존해서 모든 병이 치료되기를 바랄 뿐이다.

 

 자크 아탈리의 "위기 그리고 이후" 응급처치와 영양제에만 의존하고 있는 우리들에게 좋은 처방전이다. 병의 근본 원인과 과정에 대한 분석은 하루 하루 뉴스로 접했던 단편 조각 같은 사실들을 하나 하나 퍼즐을 맞추어 완성시켜준다. 완성된 퍼즐이 정확하다 그렇지 않다는 결론은 지금 쉽게 내릴 수는 없겠지만, 완성된 퍼즐은 이번 위기의 문제를 넓은 시선으로 있게 해준다.

 

 자크 아탈리는 달러를 국제통화로 하는 "브레턴우즈 시스템" 금융시장의 자유, 국가 역할의 축소, 노동 유연성의 확보를 골자로 하는 "워싱턴 합의" 바탕이 금융자본와 탐욕이 이번 문제의 근본 원인으로 보고 있다. 거기에 세계최대의 소비국인 미국이 가지고 있는 구조적 모순을 지적한다. "부의 분배를 문제 삼지 않으면서 미국의 자본주의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임금을 인상하지 않고 수요를 창출할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중산층이 빚을 지는 수밖에 없다."라고 말한다. 빚이라는 것이 "신용카드와 모기지론" 같은 것이다.

 

 미국의 모순이 미국만의 것일까? 찬찬히 되돌아보면 우리도 미국의 상황과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인다. IMF 후에 우리의 경제구조는 부를 재분배하는 시스템이 완전히 붕괴되어 버렸다. IMF 위기 당시에는 대한민국 모든 국민이 위기에 노출되었기에 시스템의 붕괴에 대한 문제 의식보다는 살아야 한다는 절박함이 앞섰다. 그래서 우리는 그런 상황을 인식하지 못했다. 부의 분배 시스템은 완전히 망가졌다. 그런 상황에서 IMF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택한 것이 내수의 부양이었고, 내수를 부양하기 위한 수단으로 택한 것이 빚을 얻어서 소비를 늘리는 것이었다. 결과가 김대중 정부의 말기의 "카드사태"였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부동산 시장에 잠재적인 버블의 붕괴를 예측하는 사람들이 많이 존재한다.

 

 문제는 이러한 것이 미국과 우리나라의 모순이 아니라, 모든 선진국가에서도 비슷한 모순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서 채택된 것이 "금융 산업"이다. 하지만 금융산업은 "정보선점자"(공평하지 않은 정보를 획득한 특혜 수혜자)들이 엄청난 이익을 챙기도록 만들었다고 한다. 위기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고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한 금융관련 기관의 CEO들과 종사자들의 행태가 바로 그런 것이다.

 

 그렇다면 자크 아탈리가 제시하는 해결책은 무엇일까? 그는 국가를 넘어선 글로벌 체제의 구축을 요구한다. 방임적인 신자유주의를 바탕으로 하는 체제게 아니라 "강력하고 깐깐한 지배구조" 정비가 필요하다고 한다. 이미 지금의 상황은 하나 하나의 국가가 통제하고 해결하기에는 너무나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국의 이익을 앞세우는 세계 패권경쟁 속에서 이것이 이루어 질지는 의문이다. 1920년대 세계대공황의 골을 깊게 만든 것은 각국의 보호무역주의였기 때문에 보호무역주의는 이번 위기극복을 힘들게 한다고 말하면서도, 미국의 "buy 아메리카"같이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들을 만들려는 것을 보면 말이다.

 

  문제는 자크 아틸리는 이번 위기 이후에 위기가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교통수단과 통신수단의 발전, 그리고 금융과 무역의 글로벌화는 현재의 경제시스템과 금융시스템을 복잡하게 만들어 버리고, 그렇게 복잡해진 체제 안에서는 발생하는 문제의 파급효과는 쉽게 예측할 수도, 수습할 수도 없을 것이다. 그럼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자크 아탈리는 이번 사태로 가지 진리를 말한다. "1. 행동의 자유를 부여 받은 인간은 누구나 어떻게든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때로는 자손들에게 손해가 되는 일도 있다. 2. 각자가 타인의 이익을 고려할 , 비로소 인류는 살아남을 있다. 3. 노동은 형태로 막론하고, 특히 남을 위한 노동일수록, 부를 획득할 있는 유일한 합법적인 수단으로 인정받을 있다. 4.시간만이 유일한 희귀 재화이며, 자신의 노동을 통해서 다른 사람들의 가용 시간을 연장시켜주고, 충만함을 더해주는 사람은 특별히 높은 대가를 받아야 한다." 이것을 뼈저리게 체험하는 것이 이번 위기를 기회로 만들 있는 기회가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얼마나 뼈저리게 이것을 체험하고 알게 될까?


위기 그리고 그 이후 - 10점
자크 아탈리 지음, 양영란 옮김, 이종한 감수/위즈덤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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