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월 19일 금요일

통쾌한 사적 복수를 상상한다. 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3월 3주.

 

 최근 부산에서 일어난 여중생 납치 살인 사건은 경찰의 무능력함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사건 초기부터 언론과 시민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사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이 이번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은 대다수의 시민들이 경찰을 불신하게 만드는 하나의 사건이었다. 경찰 입장에서도 나름의 이유와 사정이 있겠지만, 무의식적으로 공권력에 대해서 많은 신뢰를 보는 대다수의 사람들에게는 신뢰에 커다란 금이 가는 일이다. 그나마 경찰 측으로 다행인 것은 그들에게 향해야 많은 질타와 비판을 범인이 검거로 조금 상쇄된 것이다. 경찰의 무능력에 대한 비판은 잠시 묻혀버리고 이제 범인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가 터져 나왔으니까. 효과를 더욱 활용하기 위해서 범인의 얼굴을 처음부터 공개하는 쇼까지 하면서 자신들을 향한 시민들의 불신을 범인에 대한 분노와 증오로 바꿔버렸다.

 

 남의 일을 자신의 일처럼 아파하는 많은 시민들의 가슴에 상처는 범죄에 대한 분노와 피해자에 대한 연민 정도라면, 절망이라고 밖에 표현할 없는 피해자의 가족들이 간직해야 상처와 분노는 다른 문제로 남아 버린다. 범인이 검거되고, 처벌을 받아도 상처는 평생 가슴에 낙인이 된다. 그들에게 범인의 검거보다 소중한 가족을 잃었다는 슬픔이 크기 때문이다. 최근에 개봉 했던 피터 잭슨의 "러블리 본즈" 그런 가족의 상처가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영화는 가족일원의 죽음으로 인해 생긴 가족내의 상처와 상처가 아물어 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반면, 범인에 대한 분노와 복수에 대한 마음은 쉽게 거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최근에 인기를 끌고 있는 드라마 "추노"에서 성동일이 연기한 천지호나 장혁이 연기한 김대길의 대사 중에서 "은혜는 갚아도 원수는 갚아."라는 대사는 복수에 대한 인간의 심리를 축약적으로 보여주는 대사라고 있다. 사람의 심리적 기제가 그런지 아니면, 사회화 되는 과정에서 감사보다는 복수나 분노에 많은 가치를 부여하게 되었는지는 몰라도, 많은 사람들은 은혜보다는 복수와 분노에 대한 감정을 쉽게 지울 수가 없다. 또한 공권력에 의해서 상대방이 처벌을 받는다고 해도 복수와 분노에 대한 감정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다. 자신이 느끼는 감정과 피해라는 주관적 가치가 법적으로 정해진 처벌이라는 가치와 같을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해자에 대한 처벌에 대해서 불만을 가지고 공권력에 대해서도 불신하게 되는 이유다.

 

 하지만, 공권력 조차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 처벌의 수준에 만족하지는 못해도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가능했을 때보다 분노를 야기한다. 정의라는 것을 믿지 않게 됨은 물론이고 공권력에 대해 불신을 하게 된다. 스스로가 정의의 집행자가 되어 가해자들을 처벌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분노를 바탕으로 법적으로 금지된 "사적 복수" 꿈꾸게 된다. 실제로는 대부분 상상에 그치겠지만, 그런 사적 복수는 법적으로 엄연히 금지된 행위다. 대신 이런 사적 복수를 다룬 영화를 통해서 충분히 대리만족을 있다.

 

 

 감우성 주연의 영화 "무법자" 무차별 살인에 대한 형사의 분노를 다루고 있는 작품이다. 강력계 형사인 오정수(감우성 ) 이유 없는 무차별 살인사건을 담당하게 되고, 사건의 피해자로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지현(이승민)에게 연민을 느끼게 된다. 둘은 점점 가까워져 결혼을 하게 되지만, 살인사건의 기억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던 지현은 임신한 몸으로 홀연 사라진다. 세월이 흘러 조금씩 상처를 추스른 지현은 딸과 함께 정수를 만나기로 약속하고 공원에서 기다리다. 하지만 정수는 주검으로 변해있는 지현과 딸을 보게 되고, 경찰과 법이 하지 못하는 복수를 결심한다. 영화의 소재나 설정도 관심을 끌만하지만, 배우 감우성과 5 만에 스크린에 돌아온 장신영을 있는 반가운 작품이다.

 

 

 마블 원작을 바탕으로 하는 히어로지만, 히어로라고 하기에는 특별한 초능력이 없는 평범한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이 있다. 2004 개봉했던 영화 "퍼니셔". FBI 요원인 캐슬은 마지막 임무를 끝으로 가족들과 함께하는 평범한 삶으로 돌아가려고 결심한다. 하지만, 캐슬이 마지막 임무에서 처치한 범죄자가 거대기업의 총수 하워드 세인트의 아들로 밝혀지고, 이에 분노한 하워드 세인트는 무자비하게 캐슬과 그의 가족들을 살해하는데. 가까스로 살아남은 캐슬은 하워드 세인트를 법의 심판대에 세우지만, 캐슬의 권력과 앞에서 조절하고. 스스로 처벌자가 되어서 하워드 세인트에게 복수를 하게 된다. 작품은 만화가 원작이기는 하지만, 만화적 상상력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그러다 보니 약간은 어정쩡한 작품이 되어 버린 감이 있지만, 폭력적인 복수의 통쾌함은 충분히 느낄 있는 작품이다.

 

 

 제라드 버틀러와 제이미 폭스 주연의 영화 "모범시민" 복수의 폭이 다른 영화에 비해서 조금 넓은 편이다. 보통 가해자를 특정해 복수를 하게 마련인데 반해, 영화의 복수의 대상을 불합리하게 법을 집행하는 이들에게까지 폭력으로 응징을 한다. 영화는 가족과 함께 단란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쉘튼의 집에 괴한이 침입해 아내와 딸이 무참히 살해 당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범인은 잡히지만, 검사가 범인과의 거래를 통해서 주범은 풀려난다. 클라이드 쉘튼은 분노하게 되고 10 차근차근 복수를 시작하게 된다. 영화는 경찰을 비롯한 사법체제에 대해서 많은 불만을 가진 이들에게 통쾌함을 같이 전해주는 작품이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결말이 너무 도덕적으로 끝나버린다. 그래서 오히려 복수에 대한 쾌감보다는 허무함이 영화다. 사적 복수를 허용하지 않은 인류 보편적인 법정신에 충실하고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영화적 상상을 동원해 그냥 통쾌하게 복수를 끝냈으면 하는 아쉬움을 남기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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