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9월 10일 목요일

어머니라는 존재에 대하여. 영화 "애자"를 보고

 

 ""라는 인격체의 존재에 아버지와 어머니는 없어서는 되는 고귀한 존재이다. 어느 하나가 존재하지 않으면 처음부터 나는 세상에 존재할 수가 없기에, 인간에게는 그런 부모를 공경하는 마음, ""라는 것은 하나의 인격체로써 갖춰야 덕목 중에 하나로 취급된다. 그럼에도 우리는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가지는 감정이나 유대감은 같지 않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결합의 결과물이 나라는 존재라는 것을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머니와의 유대감이 크다. 아직 남아있는 가부장적인 문화 탓인지 몰라도 아버지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는 암묵적인 사회적 인식은 아버지가 자식들에게 쉽게 다가갈 기회를 차단한다.

 

 그래서 아버지는 밖에서 돈을 벌어오는 것이 최고의 덕목이고, 가족에 다른 방식으로 유대감을 형성하는 것에 대해서는 미숙하거나 가치가 없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사회가 많이 변화하고 바뀌어 그런 가부장적 인식이 많이 사라지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남성들의 의식 속에는 이런 인식이 남아 있고, 여성들이 배우자를 고를 고려하는 직업이나 재력은 이런 인식에 기본 바탕을 두고 있다. 지금도 많은 아버지들은 자신이 돈만 벌어오는 기계라는 자조적인 목소리를 내뱉으며, 가부장 문화가 만들어낸 생계에 대한 책임이라는 힘겨운 굴레를 혼자 지지만, 그가 가족에 헌신한 만큼의 유대감은 형성하지 못하고 가족의 울타리 밖을 겉돈다.

 

 반면, 어머니와 자식들의 유대관계는 감히 범접할 것이 없을 정도로 단단하다. 이기적 유전자론에 의하면 여성은 남성보다 자녀의 존재에 많은 에너지를 쏟아 붙기 때문에 남성보다 여성이 자식에 대한 사랑이 강하다고 한다. 자세하게 이야기 하면 정자의 수십 배가 되는 난자의 크기, 10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자신의 뱃속에 자식을 키우고 보호하는 과정 등을 통해서, 여성은 남성보다 비교할 없는 에너지를 자식에게 쏟아 붙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식을 잃을 경우 여성의 손실이 남성과 비교할 없을 정도로 크기 때문에 자식에 대한 사랑이라는 이타적인 행위를 통해서 자신이 손해를 최소화하려 한다는 것이다. 어머니의 사랑이나 유대관계는 남성보다 많은 에너지를 쏟아 부은 여성들이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한 이기심의 발현으로 이타적인 행동을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어머니의 사랑을 너무 폄하하는 같지만, 이기적 유전자론에서 그렇게 이야기한다는 것이다.

 

 생각을 바꿔서 다시 어머니와 자식의 깊은 유대관계에 대해서 생각해면, 다시 남성과 여성의 심리학적 기질부터 봐야 된다. 남성이라는 존재는 오랜 수렵생활의 습관이 남아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위계를 중요시 한다고 한다. 사회생활에서 나이를 따져가며 서로 형님이니 아우니 주장하는 것도 이런 심리학적 기질의 발현인데, 아버지는 자녀나 배우자에 대해서 권위를 가져야 한다는 가부장적인 인식은 바로 위계를 중시하는 남성들의 특징을 바탕으로 한다. 남성이 위계 수직적인 관계를 중요시한다면, 반대로 여성은 수평적인 관계를 추구한다. 그런 성향 때문에 여성들이 남성들보다 공감의 능력이 뛰어나다고 한다. 그래서 보통 어머니는 자녀를 보듬어 주는 역할을 많이 하는데, 그것은 남성보다 뛰어난 공감 능력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대부분의 자녀들은 아버지를 무서워하지만, 어머니와는 친구와 같은 유대관계를 유지하고 끈끈하다. 어머니가 옆에 있는 만으로도 많은 자녀들이 편안함을 갖는 이유는 바로 공감능력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끈끈한 유대관계 때문이다. 그래서 어머니란 존재는 내가 힘들면 위안이 되어줄 존재이고, 나의 영혼의 안식처 같은 것이다.

 

 영화 "애자" 그런 어머니와의 이별에 관한 이야기다. 언제나 옆에 있어줄 같은 어머니라는 존재가 이상 세상에 없을 때의 절망감을 미리 준비해가는 애자를 통해서 말이다. 애자라는 캐릭터는 쉽게 말하면 강하다. 천방지축이고 자기애가 강한 만큼 자기 표현에서도 거침이 없다. 변변한 직업이 없으면서 글쓰기에 대한 자신의 재능과 열정 하나 만으로도 꿈을 포기하지 않는다. 애자가 거친 세상에서 그렇게 천둥벌거숭이처럼 행동할 있는 이유가 뭘까? 감독은 어머니라는 존재가 애자의 든든한 배경임을 보여준다. 애자 만큼이나 만만치 않은 성격의 어머니이기에 모녀의 갈등은 끊이지 않지만, 어머니가 보여주는 사랑은 영화 곳곳에서 보여준다. 그런 어머니의 사랑이 애자가 지금껏 세상을 살아오는데 얼마나 힘이었다는 것을 애자는 쉽게 인식하지 못하지만, 관객들은 영화를 보면서 이해하게 된다.

 

 애자가 어머니의 병에 대한 소식을 들었을 때의 당혹스러움은 어머니의 존재가 자신에게 어떤 존재였는지를 느끼게 해준 사건이 된다. 어머니의 사랑을 많이 받은 오빠부부 대신에 자신이 병수발을 해야 된다는 것에 대해서도 불평을 하지만, 자신에게 언제나 돌아올 있는 안식처 같은 어머니의 존재가치를 알았기에 묵묵히 어머니의 곁을 지킨다. 수술을 통해서 어머니가 쾌차할 가능성이 낮음에도 조그만 희망의 끈이라도 놓고 싶어하지 않는 애자의 간절함은 어머니라는 존재감 때문이다. 영화는 그런 존재감의 상실에 대한 막막함을 뛰어나게 잡고 있다. 동물 병원에 버려진 유기견을 애자가 안락사 시킬 생각으로 주사기와 약물을 가져와 소파에 올려놓고 멍하니 않아 있는 장면이 있는데, 망설이면서 고민하는 애자의 표정은 정말 압권이다.

 

 사랑 받던 주인으로부터 버림받은 강아지는 다양한 관계 속에서 상처받고 버림받은 사람들을 나타낸다. 영화의 후반부에 애자가 친구와 애인에게 배신당하는데 그런 상황에 대한 복선이랄까? 관계에서 상처받은 존재가 유기견들이다. 그런 상처마저도 사랑으로 감싸 있는 존재적 인물이 어머니인데, 애자는 버려진 유기견을 통해서 그런 어머니가 존재하지 절망감을 보게 것이다. 자신이 이상 돌아가 안식을 취할 있는 존재가 없어진다는 절망감과 상실감을 어두운 배경과 최강희의 뛰어난 연기와 어우러져 표현되어 있다. 그래서 장면에서 애자의 절망감과 슬픔이 그대로 관객에게 전달된다.

 

 애자가 마지막으로 어머니를 보내는 순간, 애자는 쉽게 어머니를 보내지 못한다. 이상 고통을 견디다 못해서 약물로 자신의 목숨을 끈으려는 어머니를 애자는 눈물로 말류 한다. 자신은 아직 어머니의 부제에 대한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것을 표현한다. 그럼에도 애자는 끝까지 어머니를 잡지 못한다. 자신이 어느덧 어머니의 심정을 공감할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어머니라는 존재의 부제에 대한 준비는 자신의 입장만 생각하고 어머니의 존재감에만 기대었던 순간에서 어머니와 자신이 상호작용하며 서로의 존재감을 공유하면서라는 것을 보여주는 같다. 그렇게 애자는 어머니를 보낸다.

 

 어떻게 보면 우리는 어머니의 둥지를 떠나지 못한 새다. 몸은 다른 독립을 하고 다른 지방에서 어머니와 떨어져 살면서도 마음은 언제나 어머니의 둥지를 떠나지 못한 존재인 것이다. 그래서 어머니라는 존재에 대해서 우리는 언제나 편안함과 안락함을 느낀다. 영원히 옆에 있을 같은 존재감까지도. 영화는 우리 내면에 있는 어머니라는 존재의 가치와 상실감을 같이 보여준다. 그래서 어머니라는 존재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하지만 영화는 익숙한 이야기의 반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감동적인 이유는 최강희와 김영애의 뛰어난 연기는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댓글 3개:

  1. trackback from: (영화) 뻔한 스토리 하지만 멋진연기를 보인 '애자'
    ⓒ 시리우스 픽쳐스 영화 '애자'를 지난 목요일 아침 CGV 송파에서 조조로 영화를 보았습니다. 영화를 일찍 본 적은 있어도 조조할인을 받으면서까지 영화를 본 적은 제가 영화를 보기 시작 뒤로 아마 처음은 아닌가 합니다. 이전에 8시30분정도에 시작을 하는 영화를 본 적은 있었지만 그 당시 조조는 아이였었죠... 그런데 이번에는 거의 10시가 다 된 시간의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조조할인... 음하하하하~~ ㅋㅋㅋ 영화 이야기로 들어가서, 영화를 뭐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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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trackback from: 우울할때 보면 좋은 영화 - 조한 (You Don't Mess With The Zohan, 2008)
    아담 센들러의 신작 조한은 이스라엘 특수요원 조한이 꿈을 이뤄가는 코미디 물이다. 전형적인 미국식 웃음의 코드가 다소 썩소를 자아 낼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유치 찬란 개그에 배꼽을 움켜잡고 목젖을 진동시키는 나로써는 정말 좋은 작품이 였다. 정말이지 못하는 것 없는 특수요원 조한은 다소 엉뚱한 꿈을 가지고 있는데 그꿈을 이루기 위해 미국에 밀입국 하게 된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정치적인 대립적 관계 배경위에 코믹하게 미국식 엉렁뚱땅 평화코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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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trackback from: 엄마를 잊고 사는 이들에게 - 엄마를 부탁해
    가장 소중하기에 소홀히 했고 내 옆에 있음을 당연시 했던 존재, 엄마 엄마는 항상 집에 있었고 부엌에 있었다. 유치원을 갔다와도 부엌에서 나를 맞이했고 학교를 갔다와도 퇴근을 해도 엄마는 부엌에서 나를 맞이한다. 그런 엄마가 어느날 몸져 누웠다. 그제서야 주인을 잃고 텅빈 부엌, 쌓여가는 빨랫감과 집안의 먼지들... 그랬다. 엄마는 단 하루도 부엌에서 그리고 집안일에서 벗어날 날이 없었던거다. 학교는 방학이 있고 회사는 휴가가 있지만 집안일에 부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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