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9월 14일 월요일

당신의 육체 안에 영혼은 어떤가요? 영화 "9"를 보고..

 

 레이 커즈와일은 자신의 저서 "특이점이 온다"에서 신체와 기계가 융합한 인간의 출현을 이야기한다. 많은 SF 영화나 소설 그리고 만화 등을 통해서 이런 시대의 출현은 어쩌면 당연해 보이지만, 레이 커즈와일은 시점을 2040 쯤이라고 예측한다. 과학기술의 발전이 선형적인 것이 아니라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기 때문에 머나먼 미래의 시점이 아니라 앞으로 30여년만 있으면 그런 세상의 실현을 있다는 것이다. 인간의 평균수명을 생각한다면 지금의 50 이하인 사람은 신체와 기계를 융합해 유기체의 수명을 거의 무한대로 늘릴 있는 환경을 맞이할 가능성이 높다. 레이 커즈와일은 이런 세상을 아주 긍정적으로 예측하고 있다.

 

 최근에 개봉했던 영화 "터미네이터 4" 기계와 인간이 융합한 존재가 나온다. 영화 속에서는 "마커스"라는 인물로, 변해버린 자신의 육체에 혼란을 겪는다. 자신은 인간이라고 생각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를 기계로 생각하면서 그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사실 그는 스카이넷이 코너를 잡기 위해 만들어낸 존재다. 탄생의 이유를 보자면 그는 분명 인간과 적대적인 기계이지만, 마커스는 자신이 기계라는 것을 용납하지 못하고 자신은 인간임을 포기하지 않는다.

 

 마커스란 존재는 인간과 기계가 융합했을 , 이전에 없던 새로운 존재가 탄생했을 , 기존의 가치관과 인식에 대한 혼란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인물이다. 영화 속에서 가치관과 인식의 혼돈을 보여주면서 관객들에게 묻는다. 인간성이란 무엇인가를. 영화에서는 기계와 인간의 차이는 뭐라고 구분했을까? 영화 속에서 마커스는 코너를 위해서 자신의 심장을 내놓으면서 자신이 따뜻한 인간임을 증명한다. 지구에 존재하는 다른 생명체와는 다르게 어떠한 혈연의 연관도 없는 존재를 위해서 자신을 희생하는 동물은 사람 밖에 없다고 하는데, 마커스는 희생이라는 것으로 자신이 인간임을 보여준다.

 

 반면, 일본의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라는 작품은 기계와 인간이 융합한 세상을 어둡게 그린 작품이다. 육체라는 유기체가 가지고 있는 모든 기능을 기계가 대신한다. 심지어 뇌까지도. 레이 커즈와일이 예측한 세상이나 영화 "터미네이터" 속의 세계관을 넘어서 미래의 세계관을 보여준다. 시대의 인간성이라는 결국 기계에 어떤 영혼이 들어 있냐에 달린 문제가 된다. 영혼은 네트워크의 세상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면서 인간의 기계적 육체를 마음대로 좌지우지 한다. 심지어 영혼까지 해킹이라는 용어를 써가면서 마음대로 조절하는 세상이라는 것이다. "공각기동대" 거의 모든 것을 기계화 시키고 단지 영혼만이 남은 존재에 대해 인간성이란 무엇인지 묻는다.

 

 영화 "9" 기계화 되어 버린 미래의 모습을 보여준다. 레이 커즈와일이나 터미네이터의 세계관과는 다르다. 그렇다고 공각기동대와 같다고도 없다. 영화의 주인공들인 봉제인형들은 단순히 기계로만 만들어진 로봇이 아니라, 영혼을 가진 존재로 탄생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완전한 기계나 인형이 아니라 영혼을 가진 존재다. "공각기동대" 기계는 단지 영혼의 머무르는 곳이지만, 여기의 주인공들은 영혼과 몸이 하나가 되는 존재들인 것이다. 그래서 인간성이라는 것을 쉽게 이야기 없을 정도의 존재가 되어 버린다. 영혼은 있으나 그것이 인간성을 나타내는 영혼이라 부르기에는 뭔가 부족하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는 이들과 대치점을 이루는 기계가 등장한다. 인류를 멸망으로 몰아 넣은 존재인 기계. 터미네이터의 스카이넷 처럼 로봇을 생산해 인류를 멸망시켜 버린다. 얼핏 생각하면 과학기술 만능주의가 만들어낸 현상에 대한 경고로 기술과 과학의 맹목적인 추종이나 발전에 대한 우려를 표현한 것으로 보이지만, 영화는 기계에 대해서 긍정과 부정의 시각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인류를 파멸로 몰아 넣는 기계나 인류를 구하기 위해 만들어진 봉제인형들이나 결국에 같은 과학자에게서 나온 산물이기 때문이다. 영화의 중에서 과학자는 원래부터 기계가 그렇게 폭주한 것이 아니라 말한다. 기계에 들어갈 영혼이 잘못되어 세상을 파멸로 몰아 넣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보면 기계나 봉제인형이나 안에 어떤 종류의 영혼이 들어가느냐에 따라서 존재가 인간성을 가진 유용한 것이 되어 버린다는 것이다. 기계는 단지 수용체일 뿐이고 수용되는 영혼이라는 것이 존재 이유나 의미를 드러내는 것이다. 기계라는 것을 통해서 과학기술의 발전이 만들어내는 기계와 인간이 융합한 미래 또는 인간이 기계화 되어 버린 미래에 인간성에 대한 물음을 던지는 같지만, 사실 기계는 커다란 상징일 뿐이다. 기계와 봉제인형이라는 영혼의 수용체를 봤을 영화는 기계와 인간의 미래에 대해서 말하는 것이 아니다.

 

 영화 나치의 상징들을 차용한 장면이나, 기계가 만들어낸 로봇이 나치의 철모와 영화 "우주전쟁" 외계로봇을 썩은 듯한 형상으로 그려진 것을 보면 기계는 잘못된 영혼을 가진 우리 인간 군상을 나타낸다. 유기체인 육체에 잘못된 영혼이 들어가서 만들어냈던 잔혹한 역사를 은유적으로 썩어 쓰면서, 타락하거나 타락해가는 인간의 영혼에 대한 경고인 것이다. 그렇게 보면 영화는 미래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이야기하는 것이고, 지금 우리 안의 영혼은 어떤지를 묻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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