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7월 24일 목요일

마초와 페미니스트의 사랑이야기 "알렉산더의 연인"


알렉산더의 연인 - 10점
샨 사 지음, 이상해 옮김/현대문학
 

  소설의 중심을 이루는 인물 알렉산더와 알레스트리아는 남녀의 극단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마초라는 인물의 특성을 그대로 대표하는 인물이 알렉산더라면 알레스트리아는 페미니스트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알렉산더가 마초가 밖에 없었던 이유는 그가 살았던 시대, 정복과 전쟁 그리고 권력으로 모든 것을 설명할 밖에 없는 상황에서 출발한다. 자신과 어머니에게 거침없는 폭력을 가하는 아버지 필립포스라는 존재와 그의 행위를 그렇게 증오했으면서도 알렉산더는 필립포스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그를 닮아간다. 벗어나려고 발버둥 칠수록 그는 필립포스가 되어간다. 처음부터 알렉산더가 필립포스를 닮았던 것이 아니다. 우리 아버지들의 가부장적인 모습을 싫어하는 아들들이 어느 순간엔가 자신도 모르게 아버지의 가부장적 행태를 닮아가는 것을 알게 되듯이,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아버지의 아들이라는 사실이 변하지 않는 처럼 아버지를 닮아가는 것은 아들들의 운명이다. 알렉산더가 본격적으로 변하게 되는 것은 왕립학교에 들어가면서 군사교육을 받기 시작하면서 이기는 하지만, 그것은 아버지 필립포스에 반항하면서 억눌렸던 잠재의식을 개방시킨 것에 불과하다. 신의 피를 타고 났으며, 세상의 정복하고 통일하는 것이라고 믿는 알렉산더에게 마초의식이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알레스트리아는 여성만으로 구성된 전설 속의 종족 아마존의 여왕이다. 마초들이 판을 치는 세상에서 다른 대안적 인물이다. 시대에 여성의 위치가 남성에게 종속되어 때로는 노예보다도 못한 대접을 받으며 전쟁과 정복의 전리품일 뿐이다. 아마존이라는 종족은 그런 여성의 처지에 대한 항의와 저항의 상징이다. 중심에 있는 인물이 알레스트리아다. 알렉산더와 맞먹는 전투능력을 갖춘 인물로 남성들의 침략에도 당당히 맞선다. 알레스트리아가 아마존의 일원이 되는 과정을 통해서 남성중심의 마초주의 사회의 저열함과 폭력성을 보여준다. 과정을 통해서 알레스트리아가 페미니스트의 정점에 서는 이유를 보여준다. 이성보다는 힘과 폭력이 좌우하는 세상에 대한 반작용자 저항적 인물이다. 그런 세상과 저항하는 그들에게 그들의 힘을 약화시키는 것은 사랑이다. 누군가의 아내가 되어 출산을 한다는 것은 불경스러운 행위가 되고 그것을 저지하기 위한 저주의 전설이 존재하는 상황이다. 알렉산더와 알레스트리아는 남성과 여성을 바라보는 시각과 시선은 공존의 대상이 아니라 전리품이거나 불행과 저주를 부르는 대상일 뿐이다.


 알렉산더라는 마초에게는 여성이건 남성이건 모두 정복의 대상일 뿐이다. 그래서 동성애는 자연스러운 것이다. 필립포스가 알렉산더를 범하기 위해서 안달하기도 하고 알렉산더는 정복지에서 마음에 드는 남성을 정복하는 것도 당연한 것이다. 애정이나 사랑이 아니라 단지 욕망을 위해서 욕망을 채우기 위해서 정복할 뿐이다. 값비싸고 쉽게 가지지 못하는 명품에 대한 열망이 강한 것처럼, 쉽게 정복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욕망은 마초들에게 당연한 것이다. 그래서 쉽게 정복할 있고 전리품처럼 쉽게 획득할 있는 여성에게 알렉산더는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남성의 가장 원초적인 욕망 중에 하나인 혈통을 남기는 것에 대해 알렉산더가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도 여성에 대한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 마초적 인물에게 사랑을 느끼게 만드는 인물이 알레스티리아다. 흔히 말하는 여성적 매력이 아니라 남성과 같은 전투력을 보이는 여성이라는 , 자신과의 싸움에서 대등하다는 것에 반하게 된다. 반면에 알레스트리아는 알렉산더의 여성적 외모에서 매력을 느끼게 된다.


 그렇게 인물들은 서로 다른 이유로 서로 관심을 가지고 사랑을 하게 된다. 과정에서 인물은 다른 전형의 모습을 보여준다. 알렉산더는 여전히 마초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전쟁과 정복은 계속된다. 단지 전쟁의 목적이 바뀌었다. 그가 행하는 행위는 모두 사랑하는 여인인 여왕을 위한 것들이다. 반면에 여왕은 전투적 페미니스트에서 어머니적 면모를 보여준다. 왕을 대신해서 국정을 돌보면서 전쟁과 폭력에 시달리는 많은 국민들을 위로해주는 역할을 한다. 그러면서도 사랑에 목말라하는 다른 여성적 모습을 보여준다. 어머니가 되기 위해서 아이를 가지면서 이런 모습은 강하게 나타난다. 알렉산더의 어머니가 보여주었던 수동적이고 복종적인 모습과는 다른 어머니상을 보여준다. 그런 모습은 나중에 사랑하는 연인과 전쟁터라도 같이 가겠다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페미니스트의 극단에 있는 대결적 인물에서 자신의 주체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사랑을 추구하는 다른 형태의 능동적인 인물상을 보여준다.


  책은 극단의 인물이 만나서 중간자 또는 남녀의 공존에 대한 이야기를 펼치고 있다. 사랑에 빠진 여성은 남성을 위해서 헌신하고 순종하기 위해서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하는 듯한 근대적인 여성상을 보여주기는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본다면, 여성이라는 성이 가지는 변화의 다양성과 포용의 다양성이 남성을 앞도 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알렉산더라는 마초가 전쟁과 정복을 포기하는 것은 죽음의 문턱에 갔다 오면서다. 사랑이라는 것도 남성의 마초성을 쉽게 변화시키지 못함을 우회적으로 보여주고, 남성이라는 성의 편협한 사고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ps> "알렉산더의 연인" 내가 번째로 읽은 샨사의 작품이다. 주요인물들의 1인칭시점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특히 책은 심리의 변화나 감정의 변화는 격하기도하고 종잡을 수가 없다. 반면에 마치 주인공이 듯한 느낌을 정도로 감정의 깊이이나 폭은 넓어서 초반의 어색함과 어려움만 넘긴다면 알렉산더와 알레스트리아가 듯이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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