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6월 25일 월요일

"11분"을 읽고....

11분 - 10점
파울로 코엘료 지음, 이상해 옮김/문학동네

몇 일 전에 군대 휴가를 나와 오랜만에 놀러 온 사촌 동생이 나에게 물었다. "형은 왜 애인 안 만드세요?" 진지하게 묻는 듯 했지만, 난 그냥 건성으로 "이상형을 못 만나서……."라고 대답을 흘려버렸다. 대답은 이렇게 했지만 이상형이 어떻게 되냐고 묻는 질문에는 딱히 뭐라고 대답하지도 못한다. 눈은 어떻고, 코는 어떻고, 키는 어떻고 하는 식은 아직 한번도 생각해 본적이 없어서 이상형에 대해 말한다는 것은 힘들다. 그냥 화면에 비친 모습이 예뻐서 이 배우 예쁘지 않냐고 친구들에게 말하면 어느 순간 내 친구들에게는 그 배우가 나의 이상형이 되어 버린다.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다고 하는데 그것이 어느 순간에 나의 이상향 나의 취향이 되어 버리니 어느 순간에 말하는 것도 조심스러워진다. 과묵한 내 성격 속에서 가끔 표현되는 이야기들이라 그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쉽게 짐작 할 수 있지만…….

   

언젠가 연애세포가 죽어버렸다며 푸념하던 친구는 연애세포를 살리겠다고 잘 읽지도 않던 연애소설을 사서 읽었는데, 나도 그 친구처럼 연애세포가 죽어버렸는지 소위 청춘 사업에는 무덤덤하다. 그렇다고 동성을 좋아하는 것도 아닌데……. 필요에 대한 절박함이 없기에 지금 이대로도 외롭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어쩌면 너무 익숙해져 버린 솔로 생활을 오히려 즐기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만의 공간과 생활에 대한 개인주의적인 내 성향의 발현일수도…….

   

어떤 이들은 사랑에 상처받아서 다음 사랑을 두려워하고, 다가 오는 사랑을 애써 외면하려 한다. 내가 상처를 주든 내가 상처를 받든 두 가지 다 두렵기만 하다. 마음 깊은 곳에서는 사랑을 갈망하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그 사랑을 외면하는 이중성의 발현은 사랑에 대해 용기가 없는 비겁함의 표현이다. 마리아는 사랑을 갈구하면서도 사랑을 외면하거나 밀어낸다. 어린 시절의 작은 상처로 그녀는 그렇게 변했다. 그러던 중 그녀는 사랑보다 현실의 부를 위해서 타국으로 떠나지만,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알지 못한 순진하기만 했던 그녀…… 그녀가 선택한 현실은 창녀다. 돈을 벌어서 고국으로 돌아간다는 일념 하나로만 외국생활을 견디던 그녀에게 나타난 또 하나의 운명 같은 사랑도 그녀는 조금씩 밀어내려 한다. 그녀에게서 빛을 봤다며 사랑을 고백하는 화가와의 만남을 통해서 마리아는 사랑을 알아가고 마음을 연다.

   

마리아가 사랑을 알아가는 과정을 통해서 나를 마리아와 혹은 화가로 몰입되어 생각해본다. 사랑에 두려워서 지금에 안주하는 것이 아닌지…… 사랑보다는 현실의 쾌락과 즐거움을 더 좋아하기에 사랑을 찾지 않는 것은 아닌지…. 자기 자신을 가장 잘 아는 것은 자신이라고 하지만, 자기 자신을 가장 모르는 것 또한 자신이라는 생각이 든다. 마리아가 되어보고 화가 랄프가 되어보아도 나에 대한 결론을 내리는 것은 쉽지 않다. 한 사람에 대한 평가를 시험지의 답을 쓰듯이 정형화되어 답할 수도 없듯이, 나 또한 지금의 나와 어제와 내가 다른데, 마리아와 랄프의 입장만으로 나의 현재를 규정하려 한 것은 나의 실수다. 마리아의 사랑의 의미와 탐색의 과정 랄프의 사랑의 의미와 탐색의 과정을 통해서 나의 지금을 사색하는 과정에 만족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언젠가 나에게 다가오는 사랑이 있다면 랄프처럼 그녀의 빛을 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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