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5월 25일 일요일

개인의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힘 휴먼 브랜드 "Unitas brand vol 4"를 읽고

Unitas BRAND 휴먼브랜드 - 10점
유니타스브랜드 잡지 기획부 엮음/(주)바젤커뮤니케이션

 

 4~5% 대의 꾸준한 경제 성장에도 불구하고 서민들은 힘들고, 젊은이들 중 상당수가 백수이거나 비정규직이다. 반면 기업들은 세계적인 신용 경색과 고유가 상황에도 불구하고 적자를 보기는 커녕 꾸준한 이익을 내고 있거나 증가하고 있다. 그들이 성공했던 이유는 경제 개발 시대의 양적 성장에서 벗어나 질적 성장으로 미리 전환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갖가지 대외악재에도 불구하고 견고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그들이 구사하는 질적 성장이란 시장의 다변화와 품질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 브랜드 가치의 향상이다. 값 싼 브랜드라는 딱지를 떼어버리고 한 번 쯤은 가지고 싶어하는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명품 브랜드로 변환을 통해서 제품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이익률을 향상 시킴으로써 기업 경쟁력을 견고히 다져왔다. 이러한 브랜드의 가치는 이제 기업을 넘어서 국가에게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관광객을 유치하고 외자를 유치하고, 코리아 디스카운트라고 불리는 현상을 해소와 같은 중요한 수단이 한국이라는 브랜드 가치를 올리는 것이 때문이다.


 하지만 개인들은 기업과 국가로부터 정교한 톱니바퀴가 되기를 강요 받는다. 흔히 말하는 공익내부고발자들은 조직을 배신한 변절자로 낙인 찍어버린다. 명령에 복종하고 지시에 따르는 것이 조직에 속한 개인들이 가져야 할 절대 덕목인 것이다. 조금의 차이나 돌연변이를 인정하지 못하는 옹졸한 시스템 아래에서 개인은 부속품으로만 소모되어 버린다. 다른 조직이나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부속품들은 쓰임새를 상실하고 도태되어 버린다. 뿐만 아니라 흔하디 흔한 부속품들은 더 빨리 교체되어 버린다. 그 흔한 부속품들이 비정규직들이 차지하고 있는 자리다. 그래서 그들은 기업의 착취에도 정당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약자이자, 노예다.


 첨단 기술들이 무너뜨린 국경의 장벽 앞에서 흔한 부속품들은 더 이상 국경은 없다. 이제 개인들은 흔한 부품이 아니라 중요한 부품으로 자신의 가치를 높이거나 아니면 자신이 하나의 제품이어야 한다. 자신을 브랜드화 할 필요가 생긴 것이다. 그렇게 휴먼 브랜드가 됨으로써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공간은 기업 같은 조직을 넘어서 국가 전체가 되기도 하고 전세계가 되기도 한다.


 그럼 우리는 성공적인 휴먼브랜드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 전략은 "1). 명확한 자신의 브랜드 플랫폼을 정의하라. 2).모든 관계에 있어 당신의 행동이 빚어낼 이미지까지도 신경을 써라. 3) 모든 상호작용에 있어서 차별화되고, 합당하며, 일관성 있는 브랜드가 되어야 한다. 4) 매 순간에 있어 다른 사람과는 다르다는 것을 보여줘라. 5)타인들이 당신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가를 물어봄으로써 당신의 브랜드 자신을 측정해 보라"는 것이다.


 이 책에는 대표적인 휴먼 브랜드를 4명을 선택해서 분석하고 인터뷰했다. 헤드헌터인 유순신 유앤파트너즈 대표, 사진작가 김중만, 소설가 이외수, 이익훈어학원 회장 이익훈이다. 4명 모두 그 분야에서 최고가 될 수 있었던 자기만의 가치를 인터뷰를 통해서 드러냈다. 유순신 대표는 치열한 비즈니스 시장에서도 사람과 감성으로, 김중만 작가의 경우는 사회적 틀에 구에 받지 않는 자유로움과 스스로에 대한 인색함을 통한 자기발견, 이익훈 회장을 통해서는 자기애를 바탕으로한 열정과 성실함을, 소설가 이외수 선생님을 통해서는 자기 개발을 위한 노력과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볼 수 있다.


 휴먼 브랜드가 특집을 이루는 책이기는 하지만, 도시 랜드마크의 4가지 요인인 magus(기대), miracle(기적), meaning(가치), merriment(유희)를 통해서, 최근에 각 도시와 지방에서 불고 있는 지방정부의 브랜드 전략과 가치를 엿볼 수도 있다. 그 밖에도 출판 시장에서 휴먼 브랜드를 구축한 사람들의 특징도 볼 수 있는데, 특히 좋아하는 작가 중에 하나인 한비야의 글쓰기 과정은 그저 감탄만 난다. 그저 편하게 쉽게 쓴 글인 줄 알았는데 마음에 들 때까지 수 십 번씩 퇴고를 한다고 한다. 이외수 선생님의 인터뷰에 타고난 것은 없고 노력해야 한다는 말이 다시 생각난다.


 경쟁사회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개인들이 믿을 것은 국가도 자신이 속해 있는 조직도 아니다. 산업자본과 천박한 자본주의에 매몰되기 시작한 정치와 정부는 더 이상 국민에게 관심을 가지고 보호하려 하지 않는다. 결국 세상에서 믿을 것은 가족과 친구 그리고 나 자신이다. 국가는 국민의 건강과 안위보다는 기업과 자본의 경제적 이익만 생각하기에 기업과 자본은 더 살찌우고 평범한 국민들은 더 가난해 진다. 프랑스의 석학 자크 아틸리는 하이퍼 자본주의사회가 도래하고 그 반작용으로 새로운 사회주의 사회로 변모해 갈 것이라고 했지만, 그 시기는 우리랑 상관없을 것이다. 우리는 때론 실패하며 낙오되고, 때론 성공이라는 꿀을 먹기도 하고, 아니면 그저 평범한 조직의 부속품으로 경쟁사회에서 치열하게 살아갈 것이다. 그 사회에서 자신에게 강력한 힘이 되어줄 무기이자 도구는 자신이 브랜드가 되는 것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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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5월 19일 월요일

영화 "점퍼"의 그리핀 프리퀼 - "점퍼 2 - 그리핀 이야기"를 읽고.....

점퍼 2 (보급판 문고본) - 8점
스티븐 굴드 지음, 이은정 옮김/까멜레옹(비룡소)

 

 영화 '점퍼'를 보면 2명의 점퍼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한 명은 주인공 데이비드고 또 한명은 그리핀이다. 영화는 데이비드가 성장해가는 과정을 중심으로 흘러가다가 팔라딘이라는 집단에게 쫓기면서부터 그리핀과 얽히게 되고, 팔라딘과 본격적인 대결 구도를 이루게 된다. 팔라딘의 정체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인물이자 데이비드의 조력자가 그리핀이다. 영화 속의 그리핀은 팔라딘에게 부모님을 모두 잃었다는 설정으로 등장한다. 뿐만 아니라 팔라딘과 오랜 대결을 해왔다는 설정으로 싸움에도 능수능란하다. '점퍼 2- 그리핀 이야기'는 그런 그리핀의 프리퀄이다.


 영화라는 매체가 가지는 공간적, 시간적 한계 때문에 원작을 100% 표현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각색을 통해서 영화적 매체에 맞도록 원작을 수정한다. 영화 '점퍼'와 '점퍼 2 - 그리핀 이야기'의 설정이 조금은 차이가 난다. 영화 속에서는 그리핀이 학교에 들어가지 전인 아주 어린 나이에 점프를 하게 되고 그 시기에 부모님이 죽은 것으로 나오지만, 소설 속에서는 그리핀의 특별한 재능을 간파한 부모들이 그 재능을 숨기기 위해서 여기 저기 학교를 옮겨다녔다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그리핀에게 절대로 다른 사람 앞에서 점프를 하지 말라고 주의를 주기도 하지만, 인적이 드문 사막에서 알지 못하는 위험으로부터 도망치는 훈련도 병행하게 된다.

 

 하지만 그리핀은 다른 사람 앞에서 점프하지 말라는 부모님과의 약속을 깨어버리게 되는데, 그것이 자신과 부모님을 위험에 빠뜨리게 된다. 팔라딘의 습격으로 부모님은 모두 죽고, 가까스로 사막으로 점프한 그리핀은 맥시코 국경 근처에서 위험에 처한 맥시코 불법 이민자를 구해주는 샘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하고 보살핌을 받는다. 건강을 회복하고 일상으로 돌아온 자신 쫓는 검은 그림자의 정체를 조금씩 파악해간다. 그 과정에서 자신과 조금이라도 연관된 사람들이 하나 둘 씩 살해 당한다. 그 과정을 통해서 팔라딘에 대한 분노는 극에 달하면서 그리핀과 팔라딘의 본격적인 대결이 펼쳐지게 된다.


 "점퍼 1편-순간이동"이 주인공의 심리와 성장과정이 잘 그려진 소설이라면, "점퍼 2편 -그리핀 이야기"는 그리핀이 직면하는 다양한 사건의 전개가 숨가쁘게 전개된다. 빠르게 전개되는 이야기에 쉽게 책을 놓을 수 없을 정도로 긴장감을 준다. 아쉬운 것은 인물들의 심리묘사가 1편에 비해서 부족하다. 나이대가 비슷한 주인공들을 가지고 1편과 같은 심리와 성장과정을 묘사한다는 것이 작가에게는 더욱 부담스러웠겠지만, 1편에 비해서 내가 주인공에 몰입되지 못하게 한다. 1인칭 소설임에도 "점퍼 2 - 그리핀 이야기"에서는 3인칭 시점으로 주인공을 바라보게 된다. 하지만 영화 "점퍼"를 재밌게 본 사람이라면, 그리핀의 프리퀼이 궁금한 사람이라면 충분히 그런 호기심을 채워줄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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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안드로메다가 좋다. "세상을 뒤집을 100가지 미래상품"을 읽고.....

세상을 뒤집을 100가지 미래상품 - 6점
Theodor Ha'nsch 지음, 알프레드 쉬슬러 그림 최중호.김영옥 옮김/콜로세움

 

 나의 상상력은 안드로메다로 가버린 걸까? "세상을 뒤집을 100가지 미래 상품"이라데 나에게는 뒤집힐 만한 것들로 보이지 않으니 말이다. 현실의 과학이 만들어내는 것과 내가 상상하는 안드로메다의 상품들과의 괴리는 너무 큰 것 같다. SF영화나 소설 속에서나 나올 것 같은 상품들이 아니라 지금 연구가 되고 있는 상품들이고 그것을 과학자들의 심사를 거쳐서 선별했으니 내 판타지를 자극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아이언 맨"의 슈트나 주인공 가슴 팍에 달린 플라즈마 발전기가 오히려 더 나의 판타지를 자극한다. 과학보다는 비과학적인 것들이 더 달콤하고 매력적이라서? 그건 아닌 것 같다. 미래라면 떠오르는 판타지는 만화 "하록선장"이나 영화 "스타워즈" 같은 우주 전쟁에 쓰이는 첨단 기기들을 상상하는 것을 보면 내 안의 폭력성을 만족시켜줄 상품이 없어서인 것 같다. 레이저 총과 광선검도 나오고, 순간이동 장치도 개발되고 있다면…… 그러나 애초에 이 책에는 "군사용"이라는 분류가 없다.


 그래도 이 책에서 가장 관심이 가는 상품은 핵융합발전기이다. 계속 치솟고 있는 유가와 그에 따른 고갈설에서 해방시켜줄 가장 혁신적인 상품이기 때문이다. 누군가 에너지의 고갈은 문명의 멸망을 야기한다고 했었는데, 그런 위험에서 인류를 구원해줄 희망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국도 ITER(국제 핵융합 실험로)에 참가하고 있으며 KSTAR라는 독자적인 실험로를 건설해서 최근에 극저온상태로 만드는 것에 성공했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KSTAR의 연구결과들은 ITER에 사용된다고 한다. 그러나 ITER의 건설과 개발에 엄청난 돈이 투입되기 때문에 많은 나라들이 참여하고 있지만, 성공을 쉽게 장담하지 못한다고 한다. 이 책에서도 상품화로 예상하고 있는 시기는 2050년이라고 하니, 앞으로도 계속 우리는 고유가 시대를 살아야 할 것 같다. 현실은 이러한데 몇 몇 영화를 보면 핵융합 발전을 너무 과장한 영화들도 있다. 엘리자베스 슈와 발 킬머 주연의 "세인트"에서는 조그만 기계장치가 핵융합 발전 장치로 나오고, 최근에 나온 영화 "아이언 맨"에서 아이언 맨의 가슴에 있는 에너지 공급장치가 플라즈마 발전기로 그 또한 핵융합 발전기이다. 단어는 다르지만 핵융합발전을 위해서는 초고온 초고압의 플라즈마 상태가 필요하다. 아마도 핵융합보다는 플라즈마라는 단어가 뭔가 있어 보여서 그 이름을 쓰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 다음에 관심이 가는 상품으로 세계 언어 동시 번역기다. 영어 때문에 조기 유학을 떠나거나 학원을 내몰리고 영어 몰입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외국어에 짓눌려 있는 학생들에게 얼마나 기발한 상품인가? 엄청난 과외비와 유학자금으로 빠져나갈 돈들이 이제는 자신들의 노후생활을 대비하고 현재를 풍요롭게 할 수 있기에 부모들에게 또한 얼마나 기발한 상품인가? 그러나 한편으로는 얼마나 정확한 통역을 할지 의문이 든다. 미국의 모스크바 올림픽 보이콧 사태를 부른 것은 언어와 문화가 가지는 미묘한 차이를 잘못 해석한 통역사의 오류 때문이었던 것 처럼, 언어가 가지는 문화적 특성까지 모두 포함할 수 있는 번역기가 만들어질지는 확신하지 못하겠다. 하지만 단어가 쓰이는 상황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는 것까지 포함하는 번역기를 계발하고 있다고 하니 그것만으로 우리는 충분히 외국어의 스트레스에서 해방되지 않을까?


 이번 상품은 이 책이 아니더라도 이미 신문기사를 통해서 알고 있는 상품이다. 태안의 기름유출사고가 있었을 때 이것이 상용화되어 사용되었다면, 그 지방 사람들이 그렇게 고통 받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이 상품은 기름을 먹고 사는 박테리아다. 유전자 해독까지 끝냈으며 배양 실험까지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한다. 2010년 쯤에 상품으로 출하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조금만 더 일찍 상품화 되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큰 상품 중에 하나다.


 그 밖에도 다양한 상품들이 있지만, 내가 상상하는 안드로메다에서는 하찮은 것들로 보인다. 하지만 내가 살고 있는 현실에서는 나에게 혹은 누군가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줄 기발한 상품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넘쳐난다. 누군가에게 눈이 되고, 누군가에게 근육이 되고, 누군가에게 심장이 될 것들에서 부터, 감정을 파악하는 자판기, 산불을 끄는 로봇 등등. 그러한 상품들을 소개하는 이 책은  뭔가 좀더 공상과학적 상상을 자극하기에는 부족하고, 실현 가능성에 바탕으로 하는 사실적 정보 전달에는 충실하다. 상상과 사실 사이에서 상상력이 넘쳐나는 책이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내가 안드로메다라는 상상 속에서 사는 것을 더 좋아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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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5월 18일 일요일

책, 어떻게 읽어야 할까? "책을 읽는 방법"을 읽고.....

책을 읽는 방법 - 10점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김효순 옮김/문학동네

 

 책을 읽으면서 '어떻게 읽을 것인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한다. 한 권의 책을 다 읽었다고 해도 그것을 내가 바로 소화시켰는지 객관적으로 평가할 잣대가 없기에….... 읽었던 내용들을 찬찬히 되살려보면 어떤 때 내 머리 속은 백지와 같다. 가끔 다른 자극을 받아서 의도하지 않게 기억 속에서 읽었던 내용들이 튀어나오기도 하지만, 내가 필요할 때에 읽었던 내용들이 생각나지 않기도 한다. 기억이란 것에 의존해서 독서의 질을 평가하고 있으면 책이 독서의 양에 대한 욕심을 자극한다. 정확하게 말하면 책이 아니라 책의 저자들이 양에 대한 욕심을 자극한다. 책 속에 펼쳐지는 저자들의 지적 향연을 위한 만찬은 그들이 읽은 책들의 양이 좌우하기 때문이다. 양에 대한 욕심이 커지면 속독이란 기술에 매혹된다. 하지만 연습 삼아서 속독을 연습하다 보면 방금 넘긴 페이지의 내용 조차 기억하지 못한다. 속독 연습을 하면 인간의 두뇌능력은 무한하기 때문에 적응할 수 있다고 하지만, 책이 전해주는 이야기의 흐름마저 끊어가면서 속독을 연습해야 될 이유를 모르겠다. 속독을 연습하다가도 포기해버린다. 그래서 독서의 질에 대한 고민과 양에 대한 욕심 사이를 우왕좌왕 할 뿐이다.


 속독을 쉽게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정보가 넘쳐나는 세상에 살다 보면 분명 속독은 많은 정보를 흡수하기 위한 좋은 도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을 읽는다는 행위가 정보와 지식만을 얻기 위한 것이 아닌데, 속독으로 정보를 얻는다는 것에 너무 매몰되어 버리는 것이 아닐까? 속독으로 인해서 독서라는 행위 자체가 가지는 즐거움을 많이 놓치게 된다.  지식과 즐거움 중에 사이에서 선택은 각자의 몫이겠지만, 즐거움 없는 행위가 만들어내는 지루함은 지식습득에서도 능률적이지 못하다. 결국에 선택해야 될 것은 독서의 즐거움이다. "무엇보다도 천천히 시간을 들이면 독서는 즐거워진다."라는 저자의 주장에 공감이 간다. 그래서 저자는 "독서를 즐기는 비결은 무엇보다도 '속독 콤플렉스'에서 해방되는 것이다."라고 한다. 속독과 슬로 리딩 사이에서 우왕좌왕하고 있는 나 같은 사람에게 중심을 잡을 수 있는 충고다. 특히 "정보의 항성적 과잉공급사회에서 진정한 독서를 즐기기 위해서는, '양'의 독서에서 '질'의 독서로, 망라형 독서에서 선택적 독서로 발상을 전환해야 한다."라는 저자의 주장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허우적대는 현대인들에게 구원의 빛과 같다.


 그렇다면 슬로 리딩만 하면 좋은 독서가 되는 것일까? 하지만 슬로 리딩은 좋은 독서를 하기 위한 준비단계일 뿐이다. 느리게 읽는다고 무조건 가치 있는 독서가 되는 것은 아니다. 결국에는 슬로 리딩에도 다양한 테크닉이 필요하게 된다. 속독과 슬로 리딩이 단순히 질과 양의 문제였다면 슬로 리딩의 질적 차이 문제로 귀결된다. 슬로 리딩의 테크닉을 하나하나 익혀감으로써 질적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것이다. 그런 테크닉으로 저자가 소개하는 것은 "작가의 시점으로 읽고,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생각하며 읽고,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사전을 꼭 찾아가며 읽고, '왜'라고 생각하며 읽고,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 할 것을 상정하고 읽는 것 등등"이다.


 후반부에 나오는 실습을 통해서 이론에만 머무를 수 있는 것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그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두 가지 생각이 머리에 떠오른다. 하나는 내가 지금까지 읽었던 독서는 제대로 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고, 다른 하나는 "즐기기 위한 독서를 이렇게 치열하게 하면서 머리에 과부화를 줘야 할까?"라는 의문이다. 저자의 깊은 분석력에 대한 자괴감과 질투가 섞인 묘한 생각들이다. 그래도 이 책을 읽어서 좋았던 것은 내 독서 습관을 점검할 기회를 얻었다는 것과 '재독'의 가치와 중요성에 대해서 알았다는 것이다. 한 번 읽은 책은 거의 재독하지 않는 편이었는데, "책은 '재독'에 가치가 있다. 읽을 때마다 새로운 발견을 하고 새로운 자신을 발견한다. 책과 그런 관계를 만들 수 있다면, 책은 더없이 소중한 인생의 일부가 될 것이다."을 보고 재독하고 싶은 책들을 하나 둘 생각해 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가 주장하는 독서법이 절대적이고 만능은 아닐 것이다. 책을 읽는 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고 혼자의 것이다. 결국에 중요한 것은 저자와 나와의 소통이 중요한 것이고 좀더 명확한 소통을 위한 독서법이 있을 뿐이다. 그것은 각자의 과제이고 각자의 선택일 뿐이다. 이 책은 자기 독서법에 대한 점검의 기회와 저자와 원활한 소통을 위한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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